[Culture]5집 ‘아름다운 날들’낸 루시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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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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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감성 뒤엔 부산갈매기의 뜨거운 피가…

다재다능한 루시드폴도 두려운 것이 있다. 그는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편하지만은 않다”라며 “라디오나 음악 프로그램이라면 언제든 좋다”고 말했다 안테나뮤직 제공
다재다능한 루시드폴도 두려운 것이 있다. 그는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편하지만은 않다”라며 “라디오나 음악 프로그램이라면 언제든 좋다”고 말했다 안테나뮤직 제공
“만나 뵙게 돼서 전라남도 영광입니다.”

말장난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서울대 화학공학과, 스위스 로잔공대 출신 박사 뮤지션이 있다.

눈물이 핑 도는 섬세한 가사를 쓰지만 소주와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하는 부산 사나이, 가수 루시드폴(본명 조윤석·37)이다.

루시드폴이 2년 만에 5집 ‘아름다운 날들’로 돌아왔다. 앨범의 특징은 다채로움이다. ‘레 미제라블’, ‘국경의 밤’ 등 따뜻한 감성은 여전했지만, 삼바, 쿠반 볼레로 등 자신이 평소 즐겨 듣는 남미 음악을 살짝 곁들었다. 가사는 내면으로 파고든다.

루시드폴에게 지난해가 꼭 ‘아름다운 날들’은 아니었다. 연애가 끝났고, 아버지가 위암 수술을 받았다. “힘들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지나갔다. 방송과 라디오를 오가며 바쁘게 살았지만, 마음에 불안함이 싹텄다. “밑천이 떨어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7월 꼬박 집에 틀어박혀 곡을 만들었다. 지인들은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지만 뛰어넘고 싶었다. 아코디언, 비올라, 첼로 등 다양한 악기를 썼고, 조력자들도 필요했다.

소속사 선배 유희열,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 1인 밴드 ‘푸디토리움’ 김정범 등이 적극 참여했다. 그는 “오히려 녹음하면서 충전됐다”고 말했다.

루시드폴은 닮고 싶은 뮤지션으로 브라질의 시코 부아르케를 꼽았다. “오래도록 음악을 하며 음반, 공연, 서적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며 소장 DVD를 이야기하는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좁고 깊게 좋아해요. 그래서 좋아한다는 표현을 함부로 쓰지 않아요. 그렇다고 ‘오타쿠’ 수준은 아니고요.”

어린 시절 신문에 한자로 표기된 야구선수들의 이름을 보며 한문을 배웠고, 좋아하는 브라질 가수 카르톨라가 설립한 삼바학교 망게이라의 상징인 초록색과 분홍색으로 집 안을 칠했다.

타고난 집중력 덕분에 음악을 하면서도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2008년 마무리했다.

“유학 생활이 힘들진 않았지만 피로감은 있었죠. 예능 프로그램 ‘1박2일’과 프로야구로 위안 받았어요. 연구실에서 눈치 보면서 보기도 했죠.”

지난해 10월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구한 이야기를 꺼내자 고개를 내저었다. “마운드로 걸어가며 낮고 깊은 야유를 들었다”며 “또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물고기 마음’, ‘고등어’에 이어 이번 타이틀곡 ‘어부가’ 역시 학창시절을 보낸 마음의 고향 부산과 연관이 있다.

“물고기는 먹거리 이상의 의미예요. 어머니도 바닷가 사람이에요. 어렸을 때 일요일 아침이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아버지와 포구에 가서 생선을 사왔죠. 해산물은 저에게 추억이에요.”

그는 지난해 12월 23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이디폴’로 변신해 치마를 입고 ‘크리스마스 폴카’를 불렀다. 정작 본인은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서울대 등 학력이 자막으로 나왔다.

캐럴은 어딘가 슬펐다. 볼을 빨갛게 칠하고 춤까지 췄지만 특유의 낮은 음색이 주는 힘이 더 강했다. 그는 “악을 쓰면 파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 키 낮춰서 공연한 적도 있어요. (김)동률이는 이해 못하겠다고 했지만요. 뭐, 동률이는 1곡 녹음하는 데 10시간 걸리고, 전 1시간이면 하니까요.”(웃음)

이번 5집에 거는 그의 기대는 소박하다. “4집만큼만 사랑 받아도 좋을 것 같아요. 그때보다 덜 초조해요. 일흔까지 길게 음악 하는 데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설령 그렇지 못해도 상관없고요.”

김윤지 동아닷컴 기자 jayla30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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