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외투로 멋을 내기는 쉽지 않다. 보통 실용성을 고려해 블랙 또는 브라운 계열 색상에,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무난한 디자인을 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안에 아무리 멋을 부린 예쁜 옷들을 입었다 한들 겨울철 거리 패션은 모노톤의 흑백 사진처럼 비슷비슷해 보이곤 한다.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패션을 좀 안다는 ‘패션피플’이 고르는 아이템 중 하나는 ‘퍼 베스트(Fur vest)’다.
‘퍼 베스트’는 소재가 두꺼워 활동성이 떨어지기 쉬운 겨울 외투류를 대신해 따뜻하면서도 보기에도 좋은 레이어링 아이템으로 선택하기에 좋다.
본격적인 겨울에 돌입한 요즘, 이미 셀러브리티들의 스타일 속에서도 쉽게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미니스커트나 ‘핫 쇼트’ 팬츠, 스커트 같은 길이가 짧은 하의와 매칭된 퍼 베스트는 20대 초반에는 다소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는 퍼 소재를 캐주얼 룩으로 변신시킨다. 또 H라인 원피스나 펜슬 실루엣 하의, 재킷 위에 퍼 베스트를 레이어링하면 시크한 겨울 포멀룩을 연출할 수 있다.
2년여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퍼 베스트의 인기는 올해도 꽃을 피우고 있다. 올 가을 겨울을 겨냥해 열린 패션쇼에서는 더욱 다양해진 디자인과 폭 넓어진 퍼 베스트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퍼 베스트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퍼 자체가 디자인적 요소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퍼 소재들을 강약을 맞춰 결합한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밍크 같은 짧은 퍼부터 폭스와 라쿤 같은 길이가 긴 퍼까지 다채롭게 믹스 앤드 매치해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번 시즌을 겨냥해 선보인 ‘펜디’ 컬렉션(사진)에서는 폭스와 페르시안 램을 함께 섞어 위는 슬림하게, 아래로는 풍성하게 보이게 연출한 스타일이 제안됐다. 서로 다른 길이의 털이 결합되면 그 자체로 디자인적인 매력을 자아낸다.
전체적으로 퍼를 쓰지 않고, 디자인의 요소마다 부분적으로 활용한 베스트 역시 새롭게 소개됐다. ‘알렉산더 왕’ 컬렉션은 오버사이즈 라펠과 큰 버튼 장식이 돋보이는 밍크 퍼 베스트를 트레이닝복과 함께 연출했다. 이러한 ‘테일러드 퍼 베스트’는 폭넓은 스타일링을 하기에 제격이다.
다채로운 연출과 쓰임새를 고려한다면 허벅지 중간까지 오는 길이에 전체적으로 슬림한 디자인의 퍼 베스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라펠이나 뚜껑이 있는 주머니가 달린 디자인의 퍼 베스트를 고른다면 자체만으로 단정한 외투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 인조 퍼 역시 매년 품질이 향상되고 있어 동물보호라는 명분과 가격이라는 실속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겠다.
1년 중 가장 많은 약속과 모임이 집중되는 12월. 자연스레 옷 걱정이 따르는 이때 활용성이 큰 퍼 베스트를 십분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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