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세월 흘러도 멋스러운, 클래식한 패션 즐겨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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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토크 콘서트’ 참석 위해 고국 찾은 발레리나 강수진 씨

중년에 접어든 발레리나 강수진 씨(왼쪽)과 남편 툰치 소크만 씨는 여전히 신혼부부 같았다. ‘갤럭시’ 정장을 입힌 마네킹을 두고 강
 씨가 다정한 포즈를 취하자 소크만 씨는 “이 남자는 누군데 껴안느냐”며 장난스럽게 화내는 척을 하기도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중년에 접어든 발레리나 강수진 씨(왼쪽)과 남편 툰치 소크만 씨는 여전히 신혼부부 같았다. ‘갤럭시’ 정장을 입힌 마네킹을 두고 강 씨가 다정한 포즈를 취하자 소크만 씨는 “이 남자는 누군데 껴안느냐”며 장난스럽게 화내는 척을 하기도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무대 밖에서도 그는 요정 같았다. 발레리나 강수진 씨(44·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를 만나기 위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엄을 찾았을 때, 강 씨는 신발을 벗은 채 문 밖으로 한 발짝 나와 낯선 기자를 반겼다. 딱 2초. 경계 어린 기색을 보이던 그의 표정이 ‘팬심’을 감추지 못한 기자의 반가운 인사에 금세 환해졌다. 반듯한 미모야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직접 만난 그는 눈빛이 해맑아 특히 더 예뻐 보였다.

아기처럼 사뿐사뿐 걷는 발에 자연스레 꽂힌 시선을 의식한 듯 강 씨는 “발이 아파 평소에는 이렇게 신발을 벗고 지낸다”고 했다. 30년간 하루 19시간씩 연습하고 공연하느라 접히고 뭉개진 발의 형태가, 반투명한 살구색 스타킹 안쪽으로 넌지시 드러났다. 강 씨는 그의 발에 대해 “오리발처럼 못생겼지만 피카소 작품처럼 아름답다”고 소개했다. 팬들은 이런 그의 발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고 부른다.

강 씨는 제일모직의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가 개최한 ‘더 타임리스 토크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동료 무용수로 만나 남편이자 매니저가 된 터키인 툰치 소크만 씨도 ‘Weekend 3.0’과의 인터뷰에 동석했다. 갤럭시는 ‘현명한 아내’ 캠페인의 하나로, 21일은 서울에서, 24일은 부산에서 고객 1000명씩을 초청해 발레리나 강수진과 탤런트 김남주, 이미지 컨설턴트 홍순아와 함께 패션과 매너, 아내의 역할 등에 대해 얘기 나누는 시간을 만들었다.

패션업계 종사자도 아닌데 강수진 씨를 포함한 발레리나들은 옷을 잘 입는 것 같아요.

“발레리나들은 끊임없이 자기를 가꾸잖아요. 또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있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아요. 자신감 있는 태도가 좀 더 멋진 스타일링을 가능케 하니까요.”

몸매가 좋아서이기도 하겠죠. 늘 다이어트하시죠?

“남들은 못 믿던데 전 정말 잘 먹는 편이에요. 동료 발레리나들과 밥을 먹다 보면 ‘깨작깨작’거리는 게 보기 싫어서 아예 집에 와서 먹을 때도 많고요. 요즘은 쉰이 넘은 남편이 뱃살을 빼겠다며 야채 요리를 많이 해 먹어서요, 같이 건강식단을 유지하다 보니 자연스레 체중 관리가 되기는 하네요.”

쇼핑은 어떻게 하시나요.

“연습과 공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아 남편이 사다 주는 때가 많아요. 이상하게 남편이 골라온 옷들은 직접 입어보고 사지 않아도 꼭 맞거든요. 동양 문화의 영향 때문인지 터키에도 매년 12월 마지막 날 빨간 속옷을 사야 복이 온다고 믿는 전통이 있어요. 이때 연말 쇼핑을 몰아서 하는 편인데 저는 남편 옷을, 남편은 제 옷을 고르느라 바빠요. 남편은 2분 만에, 저는 2시간은 걸려야 한 개를 고른다는 점이 다르지만….”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샤넬’에서 협찬해 주시기도 하고요, ‘도나카란’도 즐겨 입어요. 구두는 ‘루이뷔통’ 제품을 좋아하고요. 명품 브랜드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입었을 때 편하고, 시간이 지나도 멋스럽다는 점이 마음에 들거든요. 저는 패션도 ‘클래식’의 관점에서 봐요. 이런 브랜드들은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디자인으로 변화시키다가도, 어느 순간 클래식한 원점으로 돌아오잖아요. 브람스 베토벤의 음악, 영화 ‘로마의 휴일’…. 오리지낼리티가 있는 이 모든 예술 작품들이 클래식이죠. 발레도 마찬가지고요.”

그 유명한 발 사진을 남편께서 직접 찍었다고 들었어요. 남편께서 발이 안쓰럽다면서 신발 선물을 하기도 하시나요.

이 질문을 강 씨가 남편에게 되물었다. 소크만 씨는 “발끝으로 갈수록 오목하게 수렴되는 일반인들의 발과 달리 아내의 발은 오리발처럼 쫙 펴지기 때문에 이런 발에 맞는 신발을 열심히 찾아다닌다”고 했다.

사실 신발 욕심은 남편 소크만 씨가 더 많은 편이다. 소크만 씨는 “사놓고 모셔만 두는 신발을 합쳐서 150∼170켤레쯤 있다”고 했다. 그는 “신발을 위한 방이 따로 있을 정도”라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

(속삭이며) 그런데 남편이 이렇게 옷이나 신발을 많이 사면 밉다고 하는 아내가 많은데….


“좋아하는 걸 왜 말려요. 요즘은 컴퓨터 게임이 중독돼 가족을 소홀히 하는 가장도 많은데, 신발 중독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남편이 말하던데요.”(웃음)

토크콘서트 주제가 ‘현명한 아내’인데요, 사실 남편께서 강수진 씨에게 잘해 주는 건 많이 알려져 있어도 역으로는 어떤지 많이 안 알려져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남편복이 많은 건 확실한데요, 저도 매주 하루 날짜를 정해 남편의 셔츠며 바지, 속옷과 양말까지 직접 다려요. 요리는 여전히 남편이 다 하지만 그게 기쁨이라며 부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니 어쩌겠어요.”

스타일과 관련된 얘기가 자연스레 일로 옮겨갔다. 그는 “당연히 몇 년 뒤엔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자 양성에 관심이 많고 이왕이면 우리나라에서 정착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레리나 강효정 씨가 올 4월 슈투트가르트 무용단의 수석무용수로 승격한 데 대해서는 “한국인 후배가 오게 돼서 정말 기쁘지만 편애하기보다는 스스로 딛고 일어설 수 있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함께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중간 중간 시간 체크를 하며 매니저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던 소크만 씨가 “리허설 시간이 다 된 것 같다”고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시 요정처럼 깡충 일어난 강 씨가 남편의 손을 잡았다. 인터뷰 초반, 부부가 독일 집에서 함께 키운다는 퍼그 종의 강아지 부부 이름, ‘킹콩’과 ‘캔디’가 떠올라 슬며시 미소가 나왔다.

“우리는 서로 정말 예쁘다, 잘생겼다는 말을 많이 해줘요. 스타일의 기본은 자신감이고, 자신감은 사랑받는다는 느낌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요.” 강 씨가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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