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노라조, 해피 바이러스 전국 감염작전 준비 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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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전국제패’ 들고 돌아온 엽기듀오 노라조

최근 정규 5집 ‘전국 제패’를 발표한 ‘노라조’ 조빈, 이혁(왼쪽부터)은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아이돌 따라잡기”라며 “멋스럽게 가자는 게 모토”라고 말했다. 위닝인사이트 제공
최근 정규 5집 ‘전국 제패’를 발표한 ‘노라조’ 조빈, 이혁(왼쪽부터)은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아이돌 따라잡기”라며 “멋스럽게 가자는 게 모토”라고 말했다. 위닝인사이트 제공
‘나는 로커다!’

‘엽기 듀오’ 노라조가 1년 6개월 만에 정규 5집 ‘전국제패’를 들고 돌아왔다.

‘어서 옵쇼. 사는 게 힘들 때. 어서 옵쇼’로 시작하는 타이틀곡 ‘판매왕’의 가사는 노라조 특유의 키치(kitsch) 스타일이지만, 사운드는 유로비트와 헤비메탈을 결합해 웅장하다.

12번째 트랙 가이아(Gaia)는 11분이 넘는 곡으로 외국 메탈 그룹도 울고 갈 만큼 풍성한 멜로딕 파워메탈풍 곡이다.

메탈깨나 들었다는 블로거도 “노라조, 다시 봤다”는 소감을 올리고 있다.

블랙 가죽 재킷에 염색 머리로 ‘아이돌 가수’처럼 한껏 멋을 낸 노라조 조빈(본명 조현준·37)과 이혁(본명 이재용·32)은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음악”이라고 말했다.

2005년 1집 데뷔 전만 해도 두 남자는 록 스타를 꿈꾸던 배고픈 로커였다. 그런 그들이 ‘슈퍼맨’, ‘고등어’, ‘카레’ 등을 발표하며 ‘싼티’의 대명사로 거듭났다. 재밌는 가사와 복장(캐리비안의 해적, 인도 발리우드 배우, 예수와 부처), ‘깔짝깔짝’ 방정맞은 춤사위가 핵심이었다.

먹고살려고 ‘이 길’로 들어섰지만, 록에 대한 갈증은 풀리지 않았나 보다.

“뻔한 길로 가기 싫었어요. ‘가이아’는 노라조의 록을 좋아한다는 분들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록으로 먹고사는 사람보다 더 잘 만들자고 다짐했죠. ‘판매왕’은 수정만 240시간 했어요. 두 곡을 제일 아껴요.”(조빈, 이혁)

그렇다고 웃음 코드를 아예 포기한 건 아니다. ‘판매왕’ 안무의 핵심은 겨드랑이가 보이게 팔을 올리고 추는 ‘겨땀’ 댄스다. ‘두 팔을 벌리고, 벌리고, 흔들어 겨(드랑이)에 땀나게’ 대목에 춘다. 조빈은 “춤까지 멋있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 같아 그랬다”고 설명했다.

메인 보컬 이혁은 KBS2 ‘자유선언 토요일-불후의 명곡2’ 남자 보컬리스트 특집에서 우승할 정도로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자랑한다. 쭉쭉 뽑아내는 고음으로 ‘18단 고음’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운이 좋았죠. 친한 밴드와 시간당 1만5000원 하는 홍대 앞 허름한 연습실에서 연습했어요. 록은 그런데서 해야 제맛이거든요.” (이혁)

이혁에게 올 8월 있었던 미국 헤비메탈 밴드 스틸하트와의 ‘시스 곤(She’s gone) 듀엣 해프닝에 대해 물었다.

당시 이혁이 스틸하트의 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와 듀엣 음반을 낸다고 보도자료가 뿌려졌지만 막상 마티예비치가 “금시초문”이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이 발칵 뒤집힌 것. 공동작업으로 마무리됐지만, 이혁에겐 적잖이 상처가 된 모양이다.

“너무 황당해서 창피했어요. 나중에 마티예비치가 미국에서 녹음한 음원을 보내줬지만 노래를 너무 짧게 불러서 편집해도 쓸 게 없었어요. 거의 제가 불렀죠. 세션, 믹스, 녹음실 다 손발이 안 맞았습니다. 좋아하는 뮤지션과 뭔가 만들어낼 줄 알았는데, 안 하느니만 못한 게 됐어요. 일본 공연은 가야 하는데 작업은 안 끝나고, 출발 직전까지 엉망진창 만들었죠.” (이혁)

조빈은 “스틸하트 내한만으로는 큰 반응이 없으니 ‘시스 곤’을 개인기로 부르는 이혁을 홍보에 써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주먹구구식 공연 기획 문화를 꼬집기도 했다.

“흥행 욕심에 자꾸 이슈를 만들어서 엮으려고 해요. 일 처리가 그러니, 외국 밴드들이 일본에만 가죠. 한몫 뽑을 생각에 큰 팀 데려오고, 공연장도 넓은 곳 빌리고, 그러다 보니 객석은 비고…. 일본은 해외밴드 소규모 투어도 활성화됐어요. 다 풀기 나름이거든요.”(조빈)

노라조는 최근 한류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노라조의 록을 좋아하는 러시아 팬클럽이 생겼다. 현지 공연 한 번 한 적 없지만 700여 명의 팬이 모였다. 내년 1월 일본 오사카 공연도 앞두고 있다.

“러시아에선 ‘팬클럽 회원 수가 1000명 단위가 되면 공연을 와 달라’고 하더군요. 고(故) 빅토르 최(구소련의 전설적인 한국계 록 가수) 노래를 연습해서 불러야겠어요.”(이혁)

“12월까지 5집 앨범으로 국내에서 활동합니다. 오사카 공연도 5집 기념 콘서트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은 자제하려고요. 자꾸 나오면 식상하니까요. ‘오래오래 빨아먹고 발라먹어도 단 게 나오는 팀’으로 기억되고 싶어요.”(조빈)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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