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석, 없다… 시작, 전투다… 복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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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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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맞수… 조훈현-서봉수 9단
맥심커피배서 11개월 만에 대국

영원한 맞수 조훈현 9단(왼쪽)과 서봉수 9단이 14일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본선에서 만났다. 11개월 만에 마주한 두 기사는 361수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조 9단이 4집반을 이겼다. 타이젬 제공
영원한 맞수 조훈현 9단(왼쪽)과 서봉수 9단이 14일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본선에서 만났다. 11개월 만에 마주한 두 기사는 361수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조 9단이 4집반을 이겼다. 타이젬 제공
바둑계에서 맞수라는 의미에 가장 걸맞은 두 기사, 조훈현 9단과 서봉수 9단이 오랜만에 바둑판 앞에 마주했다. 14일 제13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본선 대국에서다. 11개월 만이다.

1953년생 동갑인 두 사람은 1970년대 중반에서 90년대까지 치열하게, 그리고 지겹도록 싸웠다. 일본에서 바둑 유학을 한 엘리트 조훈현과 독학으로 공부한 국내파 서봉수가 처음 대국한 것은 1973년 제1회 백남배 본선. 첫 대국은 조훈현의 승리였다. 이후 두 사람은 국수전 명인전 기왕전 왕위전 등 각종 결승전에서 싸우고 또 싸웠다. 이날 대국전까지 역대 전적은 246승 119패로 조 9단이 앞선다. 타이틀전만 해도 71차례나 맞붙었으나 조 9단이 57번을 이겼고, 14번 졌다. 조 9단이 이기고 또 이겼지만 어느 사이엔가 서 9단이 다시 올라왔다.

바둑팬들은 불세출의 천재와 독학파 된장바둑의 싸움에 편이 갈리기도 했다. 그 결에 한국바둑도 성장했다. 두 사람은 인연 깊은 기전 타이틀에 따라 ‘조 국수’와 ‘서 명인’으로 불린다. 서 명인은 1971년 생애 첫 타이틀인 명인을 따내면서 7차례 우승했다. 조 국수는 국수전 55회 역사상 16차례나 우승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14일 대국에서도 두 사람 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과거에는 두 기사가 주로 결승전에서 만났지만, 이날은 입신최강전 24강전에서였다. 2000년대 들어 둘 간의 대국은 뜸해졌다. 이날 대국 전까지 모두 15차례 만나 조 9단이 8승 7패로 앞섰다. 다만 2006년부터 3년간 서 9단이 비공식 기전을 포함해 4연승하다가 지난해부터 조 9단이 3연승을 했다.

이날 바둑도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다. 포석도 없이 하변을 비워놓고 싸움이 시작돼 40수가 돼서야 4귀에 착점할 정도였다. 초반 전투에서는 백을 든 조 9단이 유리했다. 중반 이후 흑이 상변에서 승부수를 날려 백 집에서 살면서 역전되는 분위기였으나 막판 서 9단의 착각으로 다시 역전됐다.

마지막 패싸움까지 근래 보기 드물게 361수까지 이어진 긴 혈투 끝에 계가한 결과 백 4집반 승이었다. 조 9단은 1승을 보태 247승이 됐다. 두 사람은 계가가 끝나고 누구랄 것도 없이 바둑돌을 담았다. 복기는 없었다.

15일 과거의 맞수를 평해 달라는 질문에 서 명인은 “내게는 넘어야 할 산이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실전스승이었다”고 했다. 조 국수는 “타이틀전 등에서 여러 번 진 것이 바둑 공부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조-서 ‘반상의 역사’

○ 1973년 백남배 본선서 첫 대결(조훈현 승리) ○ 통산 대국 366차례(조훈현 247승 119패) ○ 타이틀전 대국 71차례(조훈현 57승 14패) ○ 2000년대 이후 대국 16차례(조훈현 9승 7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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