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68>孟子가 去齊할새 宿於晝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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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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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하’ 제11장이다. 맹자는 齊(제)나라 客卿(객경)으로 있었으나 자신의 이념이 실행되지 않자 祿位(녹위)를 반환했다. 그리고 제나라 왕의 挽留(만류)와 懷柔(회유)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제나라 도성을 떠나 제나라 서남쪽에 있는 晝란 땅에 묵게 되었다. 위의 대목은 그때의 일이다.

有欲爲王留行者는 제나라 왕을 위해 맹자의 가는 길을 만류하려는 자가 있었다는 말이다. 坐而言은 무릎을 꿇고서 말했다는 뜻으로, 여기서의 坐는 端坐(단좌)를 말한다. 隱궤는 안석에 기댄다는 말로, 이때의 隱은 기댈 憑(빙)과 통한다.

隱궤는 만사에 無心한 태도를 뜻한다. ‘장자’에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녀, 物我兩忘(물아양망)의 경지를 상징했다. ‘齊物論(제물론)’에 보면 南郭子C(남곽자기)가 안석에 기댄 채 앉아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면서 멍하게 物我(물아)를 모두 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때 顔成子游(안성자유)가 앞에 侍立(시립)해 있다가 ‘왜 그렇게 몸을 고목처럼 만들고 마음을 식은 재처럼 만드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남곽자기는 ‘지금 나는 나를 잃었는데, 네가 나를 어떻게 알겠느냐?’라고 했다. 유학자의 은궤는 이렇게 物我兩忘의 경지를 뜻하지는 않았다. 대개 세간사에 무심하여 한가한 태도를 뜻했다.

다산 정약용은 ‘법천 판서 댁에 이르러 차운하다(到法泉判書宅次韻)’라는 시에서 ‘隱궤安天性(은궤안천성) 懸車遠物情(현거원물정)’이라고 했다. 懸車라는 말은 벼슬을 그만두어, 군주가 하사했던 수레를 매달아 둔다는 뜻이다. 정약용은 족친 丁範祖(정범조)가 원주 법천에 淸時野草堂(청시야초당)이란 집을 두고 은거했던 일을 추억하여 ‘안석에 기대어 천성대로 지내시고, 벼슬 그만두고 세상물정 멀리 하셨다’고 예찬한 것이다. 옛사람은 세상이 맑아도 때가 되면 벼슬을 그만두고 초야에 머물며 덕을 함양했건만 지금 사람은 그저 彈冠(탄관·벼슬길에 나서려고 갓의 먼지를 터는 일)에 마음이 바쁘다. 아아.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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