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 칩 쓴 이유는?…베일 벗은 스티브 잡스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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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4일 1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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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세계 동시 출간..잡스의 모든 것 담아

애플의 공동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첫 공식 전기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타임' 전 편집장이자 CNN 전 CEO인 월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 '스티브 잡스'가 24일 오전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40여 개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한국어판은 전문 번역가 안진환 씨가 번역해 총 944쪽 분량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이 전기는 잡스가 생전에 직접 아이작슨에게 의뢰해 집필된 것으로, 아이작슨은집필을 위해 2009년부터 2년간 40여 차례에 걸쳐 잡스를 인터뷰하고, 그의 친구, 가족, 동료, 라이벌 등 100여 명의 주변 인물들을 만났다.

그가 만난 사람 중에는 잡스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주빌 게이츠,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니브, 애플 후계자 팀 쿡 등이 포함돼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보낸 잡스의 어린시절부터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 잡스의 내밀한개인사는 물론, 애플의 창업과 성장사,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탄생 비화, 절제와 완벽주의로 상징되는 그의 경영 비법 등 잡스와 애플의 모든 것이 담겼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추천사에서 "지금까지 잡스가 만든 제품과 애플의 경영 전략에 관심을 둔 책은 많았어도 그가 진정 어떤 인물이었는지 진지하게 접근한 책은 없었다"며 "이 책은 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았으며, 무엇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왔는가를 보여 주며, 그가 창조성의 아이콘이 된 원천을 밝혀낸다"고 소개했다.

◇잡스의 삶과 가치관.."양부모는 1000% 제 부모님"

어린 시절 입양된 잡스는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누군가가 '양부모'라고 부르거나 '진짜' 부모가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그들은 1000% 제 부모님"이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한다.

반면 생부모에 대해서는 "그들은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일 뿐"이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후에 잡스는 생모 조앤 심프슨에게 직접 전화를 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는데 "잘지내고 계신지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며 "낙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일이 고맙게 여겨졌다"고 전했다.

그가 선불교와 극단적인 채식주의에 빠지게 된 사연도 등장한다.

인도 순례 여행을 다녀온 후 잡스는 "서구 사회의 광기와 이성적 사고가 지닌 한계를 목격했다"며 "인도에서 돌아온 이후 선불교는 제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구술했다.

일례로 잡스는 컴퓨터 내부의 팬이 내는 소음은 정신 집중을 방해해 선불교의 정신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해 팬이 필요 없는 전원 공급 장치를 원했다.

또 선불교의 영향으로 물질적 소유에도 무관심해 사는 집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고 가구도 거의 없이 단출했다. 집이 너무 검소해서 방문했던 빌 게이츠가 당황하며 "가족 모두가 여기서 사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정도란다.

이와 함께 잡스는 프랜시스 무어 라페의 '작은 지구를 위한 식습관'과 아르놀트에렛의 '디톡스 식습관의 치유 체계' 등을 읽으면서 야채와 과일만 먹는 채식에 빠져들었고 아울러 장기 단식을 정기적으로 단행함으로써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과일 위주의 채식주의 식습관이 해로운 점액뿐 아니라 체취도 막아준다고 믿어, 체취 제거제를 쓸 필요도, 정기적으로 샤워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학창시절 환각제의 일종인 LSD를 체험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였다"며 " LSD는 사물에 이면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고 회상했다.

◇완벽주의와 미니멀리즘..병상서 "디자인 마음에 안들어 마스크 5개 가져오라"

책 속에는 특히 완벽주의자로서의 잡스의 면모를 보여주는 일화가 다수 소개된다.

제품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을 쓰는 잡스 특유의 완벽주의는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장롱이나 울타리 같은 것을 만들 때는 안 보이는 뒤쪽까지 잘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철학의 가장 극단적이고 두드러진 실천 사례는 잡스가 칩과 다른 부품들을 부착하고 매킨토시 내부 깊숙한 곳에 들어갈 인쇄회로 기판을 철저하게 검사한 경우였다. 어떠한 소비자도 그걸 볼 일이 없었다." 실제로 그는 인쇄회로 기판에 대해 "저 부분 정말 예쁘네. 하지만 메모리칩들을 좀 봐. 너무 추하잖아. 선들이 너무 달라 붙었어"라는 식으로 심미학적인 비평을 하기도 했다.

잡스는 심지어 투병 중에도 디자인에 집착했다.

"한번은 잡스가 매우 안정적인 상태일 때 폐 전문의가 그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려 했다. 그러나 잡스는 그것을 벗겨 내고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쓰기 싫다고 투덜거렸다.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마스크를 다섯 가지쯤 가져오라고, 그러면 자신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겠다고 지시했다."

또 애플의 제품 디자인에서 드러나는 극단적 미니멀리즘은 그가 일하던 비디오 게임 제조회사 아타리 게임의 단순함과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클러 주택에 대한 호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아이패드에 삼성 칩 쓰게된 사연.."인텔은 너무 느려"

책에는 애플이 아이패드에 삼성의 칩을 사용하게 된 사연도 나온다.

잡스는 당초 아이패드에 인텔이 개발 중인 낮은 전압의 아톰 칩을 사용하려 했는데, 아이팟 부분 수석 부사장이었던 토니 파델은 보다 단순하고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ARM 아키텍처 기반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잡스는 손을 들었다. '알겠네. 최고의 부하들을 거스를 순 없지.'

그러고는 아예 반대 방향의 극단으로 내달렸다. 애플은 ARM 아키텍처의 라이선스를 얻는 한편, 팰러앨토에 있는 사원 150명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 회사 P.A. 세미를 인수하고 그들에게 A4라는 맞춤형 SoC를 개발하게 했다. A4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국의 삼성에서 제조되었다."

그는 인텔을 택하지 않은 이유로 "그들이 정말 느리다는 것"과 "그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고 싶진 않다는 점"을 꼽아 삼성이 상대적인 속도 경쟁력을 갖췄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밖에 아이맥 제작 과정에서는 "아이브의 팀은 한국 제조 업체와 협력해 케이스 생산 공정에 완벽을 기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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