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빈 자리, 예능계는 ‘춘추전국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6일 0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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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이 떠난 방송가에 토크쇼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동시간대 1위를 달리며 이슈 메이커 역할을 하던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와 SBS '강심장'이 수장 강호동을 잃고 재정비를 하는 사이 후발주자들이 참신함을 내세우며 시청자 공략에 나선 것.

그러나 프로그램마다 색깔이 다르고 토크쇼의 시청층이 안정적인 점을 고려하면 변화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강호동의 빈자리를 메워라 '황금어장' '강심장'=MBC '황금어장'은 '무릎팍도사'의 후속 코너를 선보이기 전까지 '라디오스타' 단독 체제로 갈 계획이다.

'라디오스타'는 군에 간 김희철의 뒤를 이어 슈퍼주니어의 규현을 새 MC로 영입하고 코너 속 코너를 준비하며 진영을 다지고 있다.

제작진은 4년간 호흡을 맞춰온 MC들의 내공이 만만치 않은데다 'B급 감성' 토크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라디오스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평균 방송시간이 20분일 정도로 서브 코너 역할에 집중했던 '라디오스타'가 메인코너 '무릎팍도사'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문제다.

25일 100회 특집 방송을 앞둔 '강심장'은 당분간 이승기 단독 MC 체제로 갈 계획이다. 이승기는 지난 2주간 방송을 통해 단독 MC로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붐과 슈퍼주니어의 이특, 신동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박상혁 PD는 16일 "이승기가 힘있게 몰아가는 진행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착하게 다 받아주는 MC도 아니다. 몰아가더라도 밉지않게 진행을 잘한다"라며 "붐이나 이특이 몰아가는 역할을 일정부분 해주고 있어 차차 진행의 균형이 맞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체기 들어섰나 '놀러와' '승승장구'=장수 토크쇼인 MBC '놀러와'는 국민 MC 유재석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페이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시청률을 보면 침체기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놀러와'의 시청률은 올 상반기까지 평균 12.6%를 기록했으나 지난달부터는 9.8%로 한 자릿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는 그간 프로그램의 강점이었던 집단 게스트의 이야기가 최근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대 기타리스트' '뮤지컬계의 대모' 등 기획 섭외 아이디어는 여전히 빛났지만 게스트의 이야기가 단편적인 에피소드나 신변잡기로 흐르는 상황이 종종 빚어졌다.

KBS 2TV '김승우의 승승장구'도 게스트를 배려하는 진행 방식으로 호평받았으나 상대적으로 MC들의 영향력이 적어지면서 게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시청률이 들쑥날쑥한 경향을 보인다.

◇신선함으로 눈길..'힐링캠프' '안녕하세요'=반면 후발주자 토크쇼들은 참신함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7월 첫선을 보인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야외에 마련된 '일일힐링캠프'에 좋아하는 요리 만들기, 맨발 걷기 등 치유 이벤트를 통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게스트의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방송 초반에는 이 같은 방식이 생소하게 받아들여졌으나 회를 거듭하면서 본래의 콘셉트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장혁은 지난 10일 방송에서 삽 타기 놀이를 하며 개구쟁이 같은 면모를 보였고 지난달 말 출연한 이동욱은 숨겨왔던 입담을 뽐냈다.

최영인 PD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숨은 장치가 열린 공간"이라며 "공간도 게스트 맞춤형으로 선택하면서 게스트들이 편안하게 스스로 이야기를 하도록 한다. 짜여지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도 기분이 좋아지도록 신경 쓴다"고 말했다.

예능 MC에 처음으로 도전한 배우 한혜진도 소탈한 모습을 보이며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

방송 1년을 맞은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일반 시청자들의 기상천외한 사연을 전하면서 소소한 재미를 준다.

게스트와 MC가 사연에 나온 고민을 해결하는 방식은 라디오와 유사하나 녹화장면을 인터넷 생중계하며 현장성을 살리고 다양한 화면을 통해 TV만의 매력을 더했다. 그러나 일반 시청자들이 출연하면서 사연의 진위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최근 지나치게 보수적인 아버지 때문에 조선시대 여자와 같은 생활을 한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던 여성 출연자는 작년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서는 삼시 세끼 빵만 먹는 '빵녀'로 출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당사자는 논란이 일자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두 사연 모두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스타 게스트, 토크쇼도 입맛따라=토크쇼들 간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게스트 섭외를 위한 제작진의 노력도 치열하다.

박상혁 PD는 "지극정성을 기울이는 게 최선"이라며 "자주 찾아가고 선물하는 것은 기본이다. 섭외에 1년씩 걸리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스타 MC도 섭외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프로골퍼 최경주는 10여년전 MC 이경규와 약속 때문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고 '승승장구'의 김승우도 배우 인맥을 앞세워 섭외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들의 경우 토크쇼의 콘셉트를 보고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골라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신인들은 자신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게스트에게 돌아가며 포커스를 맞추는 '강심장'을 선호한다.

반면 구설에 올랐던 톱스타들은 컴백을 앞두고 '무릎팍도사'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민감한 질문을 던지지만 게스트가 충분히 해명할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자신을 드러내야 하다보니 토크쇼의 특징을 살피게 된다"며 "인기 스타는 폭로 위주로 흐르는 토크쇼는 피하는 경우가 많고 신인들은 임팩트가 있는 '센' 토크쇼에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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