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오직 그대만’ 주연 한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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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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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없는 세상의 가슴 아픈 사랑… 절절한 멜로에 꽂혀

한효주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배우가 된 것”이라며 “또래에 비해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마음껏 밥을 살 수 있다는 점이 배우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제공
한효주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배우가 된 것”이라며 “또래에 비해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마음껏 밥을 살 수 있다는 점이 배우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제공
절절한 멜로 영화가 그리워지는 계절에 눈물샘을 제대로 자극해줄 만한 영화가 나왔다.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오직 그대만’이다.

7일 오후 부산의 한 호텔에서 여주인공 정화 역의 한효주(24)를 만났다. 그는 “한 커플의 절절한 사랑에 집중한, 요즘 보기 드문 멜로”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주인공 정화는 시력을 잃어가는 텔레마케터.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간다. 직장에서 잘리지 않으려고 상사의 성희롱마저 웃음으로 넘길 만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그의 상대역은 소지섭이 연기하는 철민. 그는 고아로 자라나 비정한 세상에 마음을 닫아버린 전직 권투선수다.

세상 어디 한 군데 의지할 곳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은 다분히 신파적이다. ‘소풍’ ‘꽃섬’ 등에서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에 대한 애정을 담아냈던 송일곤 감독다운 설정이다.

“작품을 선택할 땐 마음 가는 대로 내버려둬요. (이 작품을 고르던) 그때는 절절한 멜로가 그리웠어요. 드라마 ‘동이’ 때는 사극에 도전하고 싶었고, ‘찬란한 유산’ 때는 받아 본 대본이 입에 착착 붙더라고요. 이거 내 거다 싶었죠.”

세상의 바닥까지 추락한 두 사람이 그리는 사랑엔 마음이 시리지만, 영화 내내 오렌지빛이 도는 화면은 아름답다. 햇빛 쏟아지는 계단, 정화가 다리로 철민의 허리를 감싸는 키스 신이 특히 인상적이다. “홍경표 촬영감독님이 저를 생긴 것보다 예쁘게 찍어주셨더라고요. 감사하죠. 완성된 영상을 보고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드렸어요.” 홍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 ‘마더’ 등에서 감각적인 영상미를 뽐낸 바 있다.

한효주는 영화계에서 나이에 비해 사려 깊고 예의바른 배우로 통한다. 인터뷰 내내 한 박자 늦게 돌아오는 대답도 그다웠다. “예전부터 애늙은이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좋다는 표현은 잘하는데, 싫다는 얘기는 못해요.”

깊은 생각은 좋은 연기로 이어지는 걸까. 평론가들은 그에게 “드라마와 영화가 다 되는 몇 안 되는 젊은 여배우”, “한국 영화의 보자기 한 끝을 팽팽히 잡을 배우”라고 평가한다. 인기 드라마 ‘찬란한 유산’(2009년)과 ‘동이’(2010년)를 통해 주연급 여배우로 자리잡았고, 영화도 2005년 ‘투사부일체’로 데뷔한 후 이듬해 ‘아주 특별한 손님’에선 주연을 맡았다. 저예산 영화 ‘달려라 자전거’(2008년)에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2009년엔 영웅재중과 텔레시네마 ‘천국의 우편배달부’에 출연했다. ‘오직 그대만’은 한효주가 주연한 첫 상업영화다.

“제가 가진 재능보다 더 크게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덕분이죠. 드라마는 촬영 때 몸이 힘들지만 (시청자) 반응이 바로 온다는 점이 좋아요. 사랑받는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흐름도 빠르니까 연기 몰입도가 높아요. 영화는 극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 매력이죠. 지금은 ‘영화 느낌’을 유지하고 있어요. 영화 한 편 더 찍은 뒤 드라마 쪽으로 가고 싶어요.”

한창 사랑이 목마를 20대 중반. 영화처럼 가슴 아픈 사랑이 닥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일생에 한 번뿐이라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더 이성적으로’ 변하기 전에요. 다들 서른 살 넘으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호호.”

부산=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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