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노래반주기 선곡 횟수를 기준으로 거둬들이는 저작권료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전·현직 임원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래방 업주들이 선곡 횟수를 계산해 보고했을 때 협회가 전·현직 임원들이 작사·작곡한 노래의 저작권료를 과다 계상했다는 주장이다.
○ 임원 재직하면 저작권료 급증
동아일보는 3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실에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전·현직 임원 연도별 분배금액’을 입수해 분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993∼1999년 협회 임원을 지낸 뒤 지난해부터 다시 임원을 맡은 작곡가 신모 씨는 반주기로 집계되는 유흥·단란 저작권료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올랐다. 1999년 9400여만 원이었던 신 씨의 유흥·단란 저작권료는 2001년 1억1100여만 원, 2004년 1억8100여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방송 횟수에 따라 받는 방송저작권료로 1998년부터 10여 년간 400여만∼600여만 원을 받아 변화가 거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증가액이다. 그가 작곡한 대표곡은 방실이의 ‘첫차’다. 노래방에서 자신이 작곡한 노래가 1번씩 선곡될 때마다 20∼30원씩 저작권료가 발생한다.
김수희의 ‘애모’ 등을 작곡한 유모 씨도 1999년 1700여만 원에 불과하던 유흥·단란 저작권료가 임원으로 재직하던 2004년 1억 원을 넘었다. 심 의원은 “이들은 원로 작곡가로 새 히트곡이 없는데 반주기 저작권료만 유독 늘어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호 씨(1994년 사망)가 작곡한 ‘소양강 처녀’는 ‘국민가요’라 불릴 정도로 인기곡이다. 이 씨에 대한 저작권료는 방송저작권료를 합쳐도 매년 2000여만∼4000여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0∼2008년 임원으로 재직한 ‘갯바위’ 작곡가 강모 씨의 유흥·단란 저작권료는 1999년 2500여만 원에서 2004년 1억3400여만 원까지 치솟았다. 단순계산만으로도 ‘소양강 처녀’보다 ‘갯바위’가 노래방에서 3배 이상 선곡됐다는 것이다.
특히 신 씨는 이 씨가 사망하자 이 씨에게서 저작권을 양도받았다며 이 씨의 저작권료도 10여 년간 받아갔다. 이 씨의 유족 9명은 “저작권 양도서가 위조됐다”며 저작권료 3억3600여만 원을 돌려달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1일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 지금은 표본조사로 바꿔
과거에는 노래방 업주들이 제출한 선곡 횟수 보고서를 저작권료 산정 근거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마음만 먹으면 특정 작곡가 노래들의 선곡 횟수를 임의로 높이는 게 가능했다는 것이 심 의원 측의 지적이다. 심 의원은 “보고서를 보면 업주가 다른 노래방에서 비슷한 필체로 작성된 것들이 있다”며 “제3자가 임의로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2008년부터 보고서를 없애고 전수조사가 가능한 온라인 노래반주기 도입을 장려했다.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오프라인 반주기에도 선곡 횟수를 자동으로 집계하는 장치를 설치했다. 이 중 1200대를 표본으로 조사해 저작권료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그러자 신 씨의 유흥·단란 저작권료는 2008년 5500여만 원으로 급감했다. 유 씨의 저작권료도 2008년 2000여만 원까지 줄었다.
문제는 아직도 온라인 반주기 비율이 낮다는 것.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전국에서 운영하는 노래반주기 28만3363대 가운데 온라인 반주기는 4만4410대(16%)에 불과했다. 오프라인 기기는 표본조사를 해도 매년 10억여 원의 오차가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협회 관계자는 “2008년부터는 집계가 과학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감사도 강화하고 있어 과거와 달리 큰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고 있다”며 “100% 정확한 집계가 가능하도록 온라인 노래반주기 보급을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부도 최근 온라인 기기를 늘려 전수조사 방식을 시급히 도입하라며 협회에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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