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노조 등 힘센 私益집단 제한해야”… 함께 찾는 공정사회의 조건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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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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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위원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동아일보 공동주최 세미나
3차 세미나: 공정한 사회의 국가와 정치

연중 세미나 ‘함께 찾는 공정사회의 조건과 과제’의 3차 행사가 21일 열렸다. ‘공정한 사회의 국가와 정치’를 주제로 김민전 경희대
교수, 신중섭 강원대 교수(사회),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김왕식 이화여대 교수, 홍진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왼쪽부터)
등이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연중 세미나 ‘함께 찾는 공정사회의 조건과 과제’의 3차 행사가 21일 열렸다. ‘공정한 사회의 국가와 정치’를 주제로 김민전 경희대 교수, 신중섭 강원대 교수(사회),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김왕식 이화여대 교수, 홍진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왼쪽부터) 등이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송석구)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박진근), 동아일보사가 진행하는 연중 세미나 ‘함께 찾는 공정사회의 조건과 과제’의 3차 행사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공정한 사회의 국가와 정치’.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이 ‘공정·공생 국가와 그 적들’, 김민전 경희대 교수가 ‘공정성의 확대를 통한 탈카르텔적 정치제도 수립을 위해’를 주제로 발표하고 김왕식 이화여대 교수, 홍진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고성국 프레시안 기획위원, 김유은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4차 행사는 ‘미디어의 공정성 지표’를 주제로 11월에 열린다. 》
이날 세미나는 공정 사회 구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제도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정치제도의 원론적인 개혁 방향과 현실적인 개선 방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세미나는 신중섭 강원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가 제안한 공정한 정치제도 조건들에 대해 고성국 위원은 “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그것의 실현을 위해선 현실적인 여건을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완전개방형 공천제가 좋은 후보자를 뽑을 수 있는지, 높은 당선 가능성을 보장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위원은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 개혁이 결국은 원론과 달리 기득권을 강화시켜 주는 방향으로 변질됐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또 정치권과 시민사회 혹은 이해집단 간의 소통을 당위론적으로 제안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로비스트의 합법화 등을 통해 강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시기라고 제안했다. 그는 “모든 개혁은 필요한 상황에서만 의미가 있다”며 “안철수 돌풍에 쉽게 흔들릴 정도로 정치권이 위기를 맞은 것은 낮은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의 위기 등에 의한 것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극복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호 소장이 발표한 ‘사익집단의 이익 추구 제한 방안’에 대해 김왕식 이화여대 교수는 “법치주의의 확립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왕식 교수는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주요 내용은 이미 우리의 헌법이나 법률체계에 충분히 규정돼 있다”며 “우리 사회는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투쟁을 거쳐 민주화 단계에 이르면서 법을 존중하는 마음을 상당 부분 상실한 만큼 법치에 대한 인식을 먼저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화 시대에 탈권위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민주적 권위체제의 고양과 국가능력 제고를 소홀히 한 점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진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현대 국가는 위기관리를 포함한 안정성에 대한 역할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라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복지 문제도 미래의 안정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전 교수는 마지막 발언에서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외부 여건이나 환경은 바꾸기 힘든 만큼 먼저 원칙에 맞춰 제도를 바꾸고 그 제도를 통해 사람들의 행위를 바꾸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발제 1 공정·공생 국가와 그 적들
“권리찾기에 급급해 공정성 비전 부족”


김대호 소장
김대호 소장
국가와 정치의 본령은 군사적 침략이나 환경재앙 등 외부의 도전으로부터 공동체를 방어하고, 구성원의 사고와 행위를 규율하는 철학 가치 제도 문화 등의 질서를 세워 공동체의 물질적 문화적 생산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질서는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민주화를 흔히 1987년 체제라고 한다. 이 체제에서 개인과 집단의 다양한 욕구 분출로 인해 공동체의 적도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적은 자신이 기여하거나 부담한 것에 비해 훨씬 많은 권리와 이익을 누리는 힘센 사익집단이다. 재벌의 무분별한 업종 확장, 은행과 전문직능에 대한 과보호, 공공 부문의 양반관료화, 전관예우 현상, 부동산 불로소득 방치, 연대나 공평과 담을 쌓은 기형적 노조 등이 이 사익집단의 부작용이다.

민중운동 시민운동에는 빼앗긴 권리 찾기가 곧 정의라는 생각이 내면화되어 있다. 그래서 가치생산 생태계의 균형, 노동의 양과 질에 따른 합리적 불평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화시킨 국가비전 개념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오늘날 한국은 정치 행정 사법 언론 지식사회 등 공공은 취약한데 반해 사익집단은 강성하다. 이로 인해 사회적 약자에게는 과도한 경쟁과 과소의 보호가 적용되고 강자에게는 튼실한 보호 장벽이 작동하고 있다.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구조다.

2012년 선거 이후 탄생할 2013년 체제는 고용률과 임금근로자 비율의 제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및 노동의 양과 질에 상응하는 보상체계 구축, 기업의 국내 투자 및 고용과 관련된 논란 축소, 서민과 벤처중소기업 금융의 정상화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 발제 2 공정성의 확대를 통한 탈카르텔적 정치제도 수립을 위해

“군소정당 차별 없애야 정치 선진화”

김민전 교수
김민전 교수
정치권에서 거대정당 간에는 공정한 게임이 어느 정도 보장됐지만 군소정당은 여전히 차별을 겪는 구조다. 특히 정당 내부는 여전히 수직적이고 권력 독점적이다. 이를 ‘카르텔정치’라고 말할 수 있다.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먼저 공정한 정치제도를 갖춰야 한다. 존 롤스가 말하는 ‘정의’의 기준에 대입해 보면 우선 정치 참여자에게 평등한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예를 들어 교사라는 이유로 정치 참여가 제한돼서는 안 될 것이다. 롤스의 차등의 원칙에 따라 생각해 보면 약한 집단의 정치 참여를 더 보장해야 한다. 현행 제도는 강한 정당이 국고보조금을 더 많이 가져가도록 돼 있어 작은 정당에 정치적 자원을 더 배분하는 독일과 대비된다.

롤스가 얘기한 ‘무지의 베일’이 많아지는 정치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을지 모르는 상태라면 인간은 누구나 자유의 보장과 차등의 원칙에 동의할 것이라고 롤스는 생각했다. 정치권에서 당론에 따른 투표가 일반화되면서 특정 의제에 대해 투표가 진행되기 전에 이미 결과를 알 수 있다. 의원들의 소신에 따른 투표가 활성화되어 그 결과를 알기 힘든 경우가 많아져야만 더욱 공정한 정책이나 법률을 고안할 수 있다.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도 보다 명확히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은 주인인 국민들이 대리인인 정치인들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

정당제도는 한국 정치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후진 분야다. 인사에 해당하는 공천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 공천은 완전개방 경선에 따른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당이 같은 날 후보 경선을 할 수 있도록 법률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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