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옥색 해변에 이국의 미소 반기는 ‘일본 속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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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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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큐 아시아 컬렉션’ 현장 오키나와 가보니

에메랄드빛 바다와 쪽빛 하늘로 관광객을 유혹하는 일본 오키나와 미바루비치 전경. 덴츠PR 제공
에메랄드빛 바다와 쪽빛 하늘로 관광객을 유혹하는 일본 오키나와 미바루비치 전경. 덴츠PR 제공
지난달 28일. 10분만 서 있어도 일부러 선탠한 듯 까무잡잡하게 변신할 수 있을 것처럼 따갑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일렬로 늘어선 미소녀 한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앳된 얼굴에 속눈썹 한 올 한 올을 정교하게 ‘색칠’하고 앙증맞은 미니 밀짚모자, 손바닥만 한 미니스커트 등으로 한껏 멋을 낸 이들은 오키나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패션 페스티벌 ‘2011년 가을 겨울 류큐 아시아 컬렉션’을 참관하기 위해 모인 ‘일반인’이었다. 모델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날씬한 몸매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미소녀가 한두 명도 아니도 수십 명씩 ‘떼’로 목격되는 곳. 그러고 보니 오키나와는 일본 연예계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J팝 스타 아무로 나미에의 고향이다. 미소녀 중 상당수도 아무로처럼 서양인의 피가 섞인 듯한 외모의 혼혈이었다. 꼭 혼혈이 아니어도 오키나와에는 유난히 미녀가 많은 듯했다. ‘일본의 하와이’로 불리는 남국의 섬 오키나와는 먼저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들로 낯선 방문객을 맞았다.

‘밀리터리 가와이’


오키나와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에 점령돼 27년간 군정 통치를 받았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반환협정이 조인돼 1972년 마침내 일본에 복귀됐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미군기지가 계속 남아 있게 되면서 현재까지도 일본 내 미군 병력의 대부분이 일본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한 이 섬에 집중돼 있다.

미군 철수를 외치는 움직임이 거세지는데도 미국과 얽힌 역사의 흔적은 사람들의 얼굴에도, 패션에도, 거리 풍경에서도 남아 있다. 오키나와를 아시아의 새로운 패션도시로 소개하기 위해 이 지역 최초로 열린 ‘류큐 아시아 컬렉션’에서도 이런 흔적이 느껴졌다. 밀리터리룩을 테마로 군복을 개조한 듯한 롱스커트와 모피, 일부러 기름때를 묻힌 듯 가공한 셔츠, 아메리칸 인디언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깃털 모자를 쓰고 카우보이 부츠를 신은 모델들의 옷차림은 미국과 미군의 이미지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했다.

청바지 청스커트 등 데님 소재의 캐주얼 의류를 차려입은 모델의 발랄한 워킹에서도 아메리칸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다. 파리 밀라노 뉴욕 등 주요 패션 도시에서 펼쳐지는 럭셔리 브랜드의 모델들이 대부분 무표정한 것과 반대로 캣워크를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까르르 웃는 ‘가와이(귀여운)’한 모델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요캉(YOKANG)’ ‘리즈 리사(LIZ LISA)’ ‘해븐 앤드 어스’ 등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영업 중인 17개 일본 브랜드가 선보인 이번 컬렉션의 테마는 ‘밀리터리 가와이’쯤으로 이름 붙이면 꼭 맞을 듯싶었다.

오키나와 섬 중남부 자탄초미하마에 들어선 쇼핑타운 ‘자탄 아메리칸 빌리지’에서도 일본과 미국이 융합된 패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다. 패션숍 레스토랑 영화관 등의 쇼핑,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옹기종기 모인 이곳에서는 알록달록한 꽃무늬, 성조기, 오키나와 전통 무늬 등 하와이와 미국 본토, 오키나와를 오묘하게 버무린 패션 아이템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오키나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1년 가을겨울 류큐 아시아컬렉션’에서 선보여진 패션 트렌드()와 ‘자탄아메리칸빌리지’의 한 매장 전경. 류큐아시아컬렉션 제공
오키나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1년 가을겨울 류큐 아시아컬렉션’에서 선보여진 패션 트렌드()와 ‘자탄아메리칸빌리지’의 한 매장 전경. 류큐아시아컬렉션 제공


리조트 웨딩으로 연인을 유혹

에메랄드빛 바다와 쪽빛 하늘은 누가 뭐래도 오키나와 현의 가장 큰 관광 자산이다. 160개 부속 섬으로 구성돼 있는 오키나와 현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현 전체가 아열대해양성 기후에 속해 연평균 기온이 22.7도다. 최근 지진이 발생한 센다이 동북부 진앙에서 오키나와까지는 2000km로 센다이에서 서울(약 1300km)보다 더 떨어져 있다. 그처럼 청정지역이라는 점도 해외 여행객들에게 매력 요소로 다가온다.

최근에는 고급 리조트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설과 서비스가 속속 도입되면서 특히 젊은 여성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 출연한 김선아가 빨간색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던 ‘카누차베이 호텔&빌라’가 대표적이다. 오키나와 섬 북부에 위치한 이 장기체류형 리조트는 각기 다른 디자인과 면적의 9개 호텔 동과 19개 게스트룸 등 총 315실이 265만 m²(약 80만 평)의 터에 여유롭게 흩어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골프장과 해변 풀장 등도 곳곳에 펼쳐져 있다.

이곳의 또 다른 명물은 예배당, 신부대기실 등이 마련된 교회였다. 이곳에서 리조트 웨딩 이벤트를 진행하는 다카히로 후지하라 지배인은 “최소한의 친척, 친지를 모시고 해변의 고급 리조트에서 결혼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며 “도쿄 오사카 등 일본 내 대도시에서 이곳까지 결혼을 하러 오는 젊은 커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방문한 리조트형 호텔 ‘부세나테라스’에서도 양가 어른만 모셔놓고 조촐한 결혼식을 진행하는 한 일본인 커플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호텔 로비를 따라 입장하는 신부의 모습, 바다를 배경으로 축복의 말씀을 건네는 목사님, 마치 오랜 친구처럼 신랑 신부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일반 숙박객들의 모습이 낯설지만 따뜻한 이미지로 기억됐다. ‘부세나테라스’는 올 4월 운동, 영양, 휴양을 테마로 한 ‘테라스클럽 웰니스 리조트’를 열고 숙박객들에게 해수를 활용한 ‘탈라소세러피’를 제공하고 있다.

오키나와=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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