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주역 테너 호세 쿠라 e메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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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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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기 위해 자기생명 희생 삼손은 역사상 첫 가미카제”
22∼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에서 삼손을 열연하는 테너 호세 쿠라. 그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살자’는 것이 성악가로서의 내 좌우명”이라고 말했다. 베세토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에서 삼손을 열연하는 테너 호세 쿠라. 그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살자’는 것이 성악가로서의 내 좌우명”이라고 말했다. 베세토오페라단 제공
‘그의 목소리에는 뻣뻣함과 무례함이 뒤섞여 있다.’(영국 ‘클래식FM’지)

아르헨티나 출신의 테너 호세 쿠라(49)를 표현한 말이다. 뜨거운 목소리와 격정적인 표현으로 현역 드라마티코(극적) 테너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가 22∼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에서 주역인 삼손 역으로 출연한다. 쿠라는 지난해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삼손으로 출연하면서 연출과 디자인까지 맡았다.

‘삼손과 데릴라’는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가 구약성경의 삼손 이야기에 이국적이면서도 웅장한 음악을 입힌 오페라. 삼손을 유혹하는 델릴라의 아리아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가 유명하다. 쿠라는 e메일 인터뷰에서 “삼손은 필사적으로 다른 이들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는 인물로, 역사상 첫 가미카제(자살특공대)”라면서 “무척 슬프면서도 현대적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배신과 복수, 증오의 이야기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과 극본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측면은 무척 좋아한다. 힘의 지배와 증오로 일어나는 파괴의 결과를 잘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리리코(서정) 테너였지만 노래를 부르면서 목소리가 짙어졌다고 했다. “혹자는 나를 드라마티코 테너로 부르지만 다른 많은 사람은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단지 나만의 분명한 예술적 특성을 가지고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누구처럼 되기를 원하는 것보다는 지대한 노력을 바탕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음반사를 설립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등을 지휘한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쿠라는 “미래에 지금처럼 노래를 많이 할 수 없게 된다면 그때는 연출과 지휘가 나의 일이 되기를 갈망한다”고 말했다.

그와 더불어 차세대 테너로 꼽혔던 살바토레 리치트라가 최근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1999년 라 스칼라에서 ‘운명의 힘’의 돈알바로를 맡았을 때 살바토레가 같은 역으로 출연했다. 그때 처음 만났다. 천부적인 가수였다. 오페라 분야의 큰 손실이다.”

쿠라는 2004년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야외 오페라 ‘카르멘’의 돈호세로 노래했고 지난해 첫 내한 콘서트를 열었다.

“지금까지 무대에서 많은 한국 성악가를 만났는데 대부분 준비가 철저하고 굉장한 목소리를 가졌다. 오페라를 무척 즐기는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기대된다.”

쿠라와 함께 루벤스 펠리차리가 삼손 역을, 델릴라는 메조소프라노 자비나 빌라이트, 제랄딘 쇼베가 맡는다. 김관현(다곤의 대정승), 김재섭 이진수(아비메레크), 함석헌 이준석(히브리의 장로), 김병오(블레셋 전령)가 출연한다. 22∼24일 오후 7시 반, 25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38만 원. 02-732-3090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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