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를 읽게 하자” 책 만드는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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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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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콘텐츠 관리 자회사 통해 출판업 잇달아 진출

걸그룹 ‘카라’의 미용법을 화보 중심으로 소개한 ‘카라스 올 어바웃 뷰티’가 10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된다. 출판사는 SBS 그룹사인 SBS콘텐츠허브. SBS의 각종 콘텐츠를 관리하고 유통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다. 2009년 출판사로 등록한 후 2010년부터 월간 ‘SBS 인기가요 매거진’을 발행해 일본에 수출했다. 7월 YG엔터테인먼트 전속 트레이너인 ‘황싸부의 다이어트 스터디’도 펴냈고, 현재 일본판 제작을 협의하고 있다. 이 사업부문 매출에서 출판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SBS콘텐츠허브 경영기획팀 류하나 과장은 “요즘엔 드라마나 음악, 연예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출판까지 염두에 둔다. 일본이나 대만, 동남아 등 해외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한류 책’이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내자 방송사들이 직접 출판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과거엔 출판사들이 인기 프로그램을 선별해 관련 책을 펴냈으나 요즘엔 방송사가 출판사 등록을 한 자회사에서 자사의 방송 콘텐츠를 활용해 직접 기획, 출판하는 것.

KBS와 MBC는 각각 자회사인 KBS미디어와 MBC프로덕션을 통해 자사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된 소설 및 만화, 잡지, 사진집 등을 직접 출간하고 있다. 해외 판권 업무를 담당하는 KBS미디어 김형진 씨는 “최근 케이팝(K-pop)이 인기를 끌면서 일본이나 중국, 태국 등지에서 ‘뮤직뱅크 매거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드라마 제작사도 출판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로 일본에서 장근석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제작사 MI도 최근 한 출판사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앞으로 제작할 드라마 콘텐츠를 책으로 낼 계획이다.

이 같은 경향을 두고 일부 출판계 인사는 “대중문화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방송사나 드라마 제작사가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출판까지 고려함으로써 ‘원소스 멀티유스’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프리랜서 출판 기획자인 한서연 씨는 “모 방송사가 올해 말 방영될 사극과 관련한 책을 기획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며 “기존 출판계는 인문이나 문학 분야를 담당하고 방송사 등이 대중문화 관련 책을 시의적절하게 발표하면 출판시장을 키우고 수익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반면 ‘시크릿가든’ ‘메리는 외박 중’ 등 드라마 관련 책을 다수 펴내 일본 등지에 수출해온 북로그컴퍼니 김정민 대표는 “방송사나 드라마 제작사가 직접 출판하는 경우 DVD 등 여러 상품과의 연계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책 자체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류 책은 해외에 판권을 판매하는 것보다 해당 언어로 번역까지 마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도 방송사는 큰 고민 없이 외국 출판사에 판권을 팔아 손해 보는 일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사나 드라마 제작사가 출판사나 프리랜서 출판기획자에게 편집 대행만 맡기고 돈이 되는 해외 판권은 다 가지는 것에 대한 출판계의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출판사는 “최근 인기를 끈 여러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영상만화 제작 의뢰를 받았는데, 국내 판권은 출판사가 갖되 해외 판권은 제작사가 가지는 조건이었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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