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장환수의 數포츠]남자보다 여자가 기록 뛰어난 종목 아십니까

동아일보 입력 2011-08-27 03:00수정 2011-08-3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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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2시간3분59초·에티오피아)와 여자기록 보유자인 폴라 래드클리프(2시간15분25초·영국). 동아일보 DB
▶남자와 여자의 운동 능력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체육기자를 하면서 수없이 품었던 질문이다. 대충 머릿속에 답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떠오르지 않는다. 우선 인터넷을 열심히 돌아다녀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 속 시원한 답을 내놓은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추상적인 이론과 학설은 많아도 알기 쉽게 수치로 적시해 놓은 곳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더욱 좋다. 이 코너가 명색이 ‘數포츠(수학과 스포츠)’인데 남들이 안 한 것을 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되겠나.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으로 불리는 세계육상선수권이 27일 대구에서 개막한다. 마침 육상은 기록경기다. 남녀간의 차이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해볼 수 있는 종목이다. 우선 트랙부터 살펴보자. 육상의 꽃인 남자 100m에서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2년 전 세계기록을 9초58로 끌어내렸다. 이는 23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의 여자 100m 세계기록인 10초49의 91.3%(남자÷여자) 수준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하나.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남녀간의 격차는 벌어질까, 아니면 줄어들까.

▶볼트의 200m 세계기록(19초19)은 경이적이긴 해도 여전히 기록 단축의 여지가 많다. 남자 선수의 경우 200m에서는 가속도가 붙어 100m 기록의 2배보다 빠른 게 보통이다. 100m를 9초58에 뛴 볼트는 200m를 19초16 이내에 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200m 기록은 이보다 0.03초가 뒤진다. 여자 선수의 경우 꼭 가속도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피스 조이너의 200m 세계기록(21초34)은 한술 더 떠 100m 기록의 두 배보다 0.36초나 뒤진다. 여하간 볼트의 200m 기록은 그리피스 조이너의 89.9% 수준까지 내려간다. 이후 들쭉날쭉하긴 해도 중장거리로 갈수록 남녀간 격차는 벌어지다가 하프마라톤에서 87.9%(남자 58분23초, 여자 1시간6분25초)로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바로 예외가 나온다. 마라톤에서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는 2시간3분59초를 찍어 인간 한계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폴라 래드클리프(2시간15분25초·영국)의 91.6%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선수권 종목은 아니지만 100km 세계기록을 비교해 보면 94.8%(남자 6시간13분33초, 여자 6시간33분11초)로 차이가 급격히 줄어든다. 결국 트랙종목의 경우 거리가 늘어날수록 남녀간의 격차는 조금씩 벌어지지만 마라톤이나 100km같이 기록보다 상대와의 순위 경쟁이 중요한 최장거리 종목에선 예외가 있다는 선에서 정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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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에선 남녀 격차가 트랙에서보다 훨씬 많이 난다. 높이뛰기 세계기록은 남자가 2.45m, 여자가 2.09m로 85.3%(이 경우는 여자÷남자)다. 세단뛰기는 84.7%(남자 18.29m, 여자 15.50m), 멀리뛰기는 84.0%(남자 8.95m, 여자 7.52m), 장대높이뛰기는 82.4%(남자 6.14m, 여자 5.06m)로 격차가 더 난다. 이는 필드가 트랙종목보다 순간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더 다양한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미있는 점은 포환던지기의 경우 남자가 23.12m, 여자가 22.63m로 큰 차이가 없다. 원반던지기는 오히려 여자가 78.30m로 남자(74.08m)를 앞선다. 그러나 이는 남녀가 사용하는 포환과 원반의 무게와 직경이 다른 데서 비롯된 것이다.

▶수영 역시 육상의 트랙종목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남녀간의 차이는 대체로 90% 안팎이다. 유일하게 장거리가 있는 자유형에서 1500m는 남녀 간 차이가 92.7%(남자 14분34초10, 여자 15분42초54)로 줄어든다. 마라톤처럼 선수들이 막판 스퍼트 전까지 기록보다는 순위 경쟁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접영과 배영이 자유형과 평영보다 남녀 간 기록 차이가 많이 난다는 사실. 접영과 배영이 에너지 소모량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는 별도로 수영 4종목의 스피드를 비교해보면 자유형이 가장 빠르고 접영 배영 평영 순이다.

▶남녀 간의 기록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종목은 역시 역도다. 남녀 간에 유일하게 체급 단위가 같은 69kg 이하급의 남자 세계기록은 인상 165kg, 용상 198kg이다. 반면 여자는 인상 128kg, 용상 158kg으로 각각 남자가 드는 무게의 77.6%, 79.8%밖에 들어올리지 못했다. 무제한급에선 격차가 더 벌어진다. 용상 세계기록 보유자인 장미란의 187kg은 ‘인간 기중기’로 불렸던 후세인 레자자데(263kg·이란)의 71.1% 수준이다.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의 인상 기록(146kg)은 레자자데(213kg)의 68.5%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남녀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역전된 종목은 없을까. 양궁과 사격이 있다. 양궁의 경우 전체적으론 남자가 약간 앞선다는 게 정설이지만 36발을 쏘는 70m 세계기록은 박성현이 351점으로 김재형의 349점보다 앞선다. 144발을 쏘는 올림픽 예선 라운드에선 박성현이 1405점으로 김우진의 1387점을 압도했다. 사격은 여성 천하다. 10발을 쏘는 결선 라운드 세계기록에선 여자가 50m 소총 3자세, 50m 소총 복사, 10m 공기 소총, 10m 공기 권총 등 거의 대부분 종목에서 남자를 앞선다.

▶집중력의 경기인 양궁과 사격이 그렇다면 멘털 스포츠에서도 여성이 강세를 보일까.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e스포츠인 스타크래프트에서 여자 게이머가 우승한 적은 없다. 바둑에선 ‘반상의 철녀’ 루이나이웨이 9단(중국)이 2000년 본보 기전인 국수전에서 우승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여자 프로 기사의 실력은 대체로 남자 시니어 프로 기사와 비슷하거나 약간 아래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렇듯 스포츠에서 몇 종목을 빼면 남녀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여자보다 꼭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채점종목인 피겨스케이팅은 선수가 자신이 연기할 기술과 난이도를 직접 고르고, 심판은 그에 따른 배점에 가점과 감점을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남녀 비교가 가능하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받은 228.56점은 남자 싱글 우승자인 에반 라이사첵(미국)이 받은 257.67점의 88.7%에 불과했다. 남자들과 겨뤘다면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김연아의 연기는 전 세계를 매료시켰다. 그보다 점수가 높은 8명의 남자 선수는 그런 찬사를 받지는 못했다. 남자가 운동 능력이 좋다고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나 리듬체조를 한다면 팬들은 아마도 비닐봉지를 휴대하고 관전해야 할 것이다.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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