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생후 16주가 되기 전에 이뤄지는 조기 사회화 교육은 나중에 들어갈 비용까지 생각하면 ‘적금’을 넣는 것과 같다. 유기견 등 사회적인 비용도 줄어든다. 동아일보 DB
조기교육의 효과, 두말하면 입 아프다. 2007년 영국에서는 어린이 1명에게 유치원비 2500파운드(약 440만 원)를 지원하는 것이 성인에게 1만7000파운드(약 3000만 원)를 지원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에게도 조기교육이 효과가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특히 개처럼 지능이 높은 동물에게는 조기교육이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귀엽기만 한 애견이 산책길에 다른 개와 싸우거나 집에 찾아온 손님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강아지에게도 ‘조기교육’이 필요하다.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반혜정 씨(40)는 다음 달이면 한 살이 되는 ‘모네’를 키우고 있다. 포메라니안인 모네는 어렸을 때부터 병치레가 잦았다. 그래서 누가 자기 몸에 손을 대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산책을 하러 나가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면 막 짖어대는 건 기본이었어요. 집 안에서도 슬리퍼를 물어뜯는 등 과격하게 놀기 일쑤였죠. 딸이나 남편이 빗질을 해주거나 약을 먹이려고 하면 물기도 하고…. 사실 그럴 때면 이렇게 피를 보면서까지 강아지를 키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3개월이 됐을 때부터 한 동물병원에서 운영하는 ‘퍼피 클래스’에 보내자 모네가 변했다. 퍼피 클래스는 총 5주에 걸쳐 이뤄지는 강아지 사회화 교실이다.
이제 모네는 낯선 사람의 손을 경계하지 않고, 사람을 거의 물지 않는다. 산책을 나가 자기보다 어린 강아지를 만났을 때에는 먼저 냄새를 맡으며 상대가 ‘인사’를 건넬 수 있게 기다려주기도 한다. 사람들이 첫 만남에서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네듯 개들은 서로의 서혜부(사타구니)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하고, 그 냄새로 상대방을 기억한다.
“교육을 마치고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이렇게 사회화 교육을 받게 되면 행동문제(짖기, 배설, 파괴, 산책예절) 때문에 버려지는 강아지들도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화 교실에 참여한 개의 주인은 개를 버리지 않고 계속 키울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개의 주인보다 훨씬 더 높다고 한다.
○ 최적의 조기교육 기간은 16주까지
모든 동물은 새로운 냄새, 소리, 장면, 사건에 노출되면 공포와 불안을 느낀다. 어릴 때는 경계심보다 호기심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덜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란 후, 즉 뇌의 발달이 끝난 뒤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외부 자극에 더욱 부정적(호기심〈경계심)으로 반응한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에게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강아지도 뇌세포의 분화가 거의 다 끝나는 생후 16주가 지나면 낯선 자극을 회피하거나 그것에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낯선 환경은 강아지에게 스트레스를 줄 뿐만 아니라 나쁜 버릇까지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의 8세에 해당하는 16주령 이전까지는 개가 낯선 자극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강아지를 ‘사회화’시키는 요점이다. ‘좋은 보상’이 주어진다면 강아지는 낯선 자극뿐만 아니라 불쾌한 자극까지도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적절한 사회화 교육만 이뤄진다면, 발톱을 깎는 것이 아프더라도 개가 사람 품에 얌전하게 안겨있게 할 수 있다. 잠시만 참으면 맛있는 간식과 칭찬이 따라오리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나이든 개의 사회화는 어린 개의 그것보다 훨씬 어렵다. 몰티즈 세 마리를 키우는 신혜원 씨(41)는 “막내 ‘호두’를 교육시킨 것처럼 아홉 살 된 다른 두 마리도 음식 조절을 시키기 위해 여러 번 시도를 해봤지만,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두도 모네와 마찬가지로 ‘퍼피 클래스’에서 사회화 교육을 받았다.
○ 나도 한번 해볼까?
개는 인간과 가장 밀접한 곳에서 생활하는 만큼 필연적으로 수없이 많은 자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도 이러한 자극들에 짧은 시간 안에 익숙해지고 이를 극복하며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 김광식 위드펫 종합동물병원 원장(45)은 “‘예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개에게 예절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에 따른 적절한 행동’이라고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절’을 기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16주 이전까지 최대한 많은 사람과 동물, 환경에 노출될 수 있도록 만드는 조기교육이다. 조기교육은 개를 위한 ‘세상 적응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적절한 사회화 교육이 이루어지면 강아지와 보호자 간에 강한 애착관계가 형성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개와 주인의 수명도 늘어날 수 있다. 개와 사람 모두 외부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덜 받고,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주인의 수명을 늘려준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조기교육에는 기본적으로 사회화와 습관화, 지역화 과정이 필요하다. 사회화는 다른 사람이나 동물과 원활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고, 습관화는 반복되는 자극들에 점점 익숙해지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 과정이다. 지역화는 동물이 특정 장소에 적응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김 원장은 “보호자들은 강아지가 불편하게 느끼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큰 실수다”라며 “꼭 사회화 교실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여러 종류의 길을 걷고, 이상한 소리와 냄새에 적극적으로 노출시켜라”라고 조언했다.
사회화 교육의 핵심은 강아지가 낯선 상황에 대해 즐거운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간식이나 칭찬, 쓰다듬기 등 애정 어린 신체접촉을 하면 된다.
강아지가 백신 접종을 마친 후에는 되도록 빨리 산책을 나가는 것이 좋다. 산책을 나가면 근처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강아지를 쓰다듬게 해 준다. 많은 사람과 만나고 그들이 자신을 좋아해주는 경험을 하면 개는 낯을 가리지 않게 된다.
다른 개와의 접촉도 중요하다. 사회화 시기에 다른 개와 잘 만나지 못한 개들 중에는 성장 후에도 낯선 개를 피해 다니거나, 심지어 교미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혹 강아지가 새로운 자극에서 도망치려고 하거나, 납작 엎드린 채 배 밑으로 꼬리를 말아 넣거나, 물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겁에 질린 강아지를 안아주면 안 된다. 강아지는 안아주는 행위를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낯설고 불확실한 것을 대할 때마다 같은 감정을 느끼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이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교육은 짧게, 자주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령 하루에 총 20분간 교육을 시킨다고 하면, 1분씩 20번 또는 2분씩 10번에 나누어 실시한다.
낯선 환경이 강아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고 생각되면 우선은 진정될 때까지 그 원인으로부터 멀리 떨어진다. 그리고 조금씩 그 원인에 다시 다가서 본다. 그리고 강아지에게 상으로 간식을 준다. 이때는 보호자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고, 간식의 양은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요령이다. 보호자가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에는 강아지가 그 행동을 마친 후 1∼2초 이내에 보상을 주어야 한다.
지시를 할 때는 ‘타깃 핸드’를 정해 그 손만 사용한다. 타깃 핸드는 지시봉 역할을 한다. 강아지가 타깃 핸드에 주둥이를 대거나 그 손을 따라 계속 움직이게 하는 것은 특정 행동을 가르치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우선 강아지에게 간식을 먹기 위해서는 타깃 핸드에 코를 대고 그 움직임에 따라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때는 음식이 일차적인 보상이 된다. 같은 상황이 일관성 있게 계속되면 강아지는 음식이 타깃 핸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강아지의 코는 타깃 핸드가 어디로 가든 그 손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