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길잡이 ‘책을 다룬 책’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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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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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집 상반기 30종 넘게 출간
특정분야 대상 기획물도 많아

프랑스 여류화가 마리 로랑생은 “버림받은 여자보다 불쌍한 건 잊힌 여자”라고 했다. 출판계에서도 비슷한 말이 있다. 절판된 책보다 불쌍한 게 바로 잊힌 책이다.

양서지만 독자의 뇌리에서 사라진 책을 골라 서평으로 정리한 책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부키·이하 ‘아까운 책’)이 최근 출간됐다. 강수돌 강신주 등 분야별 전문가이자 광범위한 독서가로 인정받고 있는 46명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출간된 책 중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책 48권을 선정한 뒤 직접 자신이 꼽은 책에 대해 서평을 썼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책을 읽어 옥석을 가리고 서평으로 주요 내용을 알려주는 ‘책을 다룬 책’이 부쩍 늘었다. 7월 마지막 주 출간된 책만 꼽아도 ‘아까운 책’을 포함해 키워드별로 관련 책을 선정 소개하는 ‘앎과 삶’ 시리즈(‘교육’, ‘20대’, ‘중국’ 편 3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와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한울) 등 다섯 권에 이른다. 예스2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책을 다룬 책이 30종 이상 출간된 것으로 집계됐다.

서평 모음집 등 책을 다룬 책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서평이나 독서 에세이를 다룬 책은 기본 부수, 즉 2000∼3000부는 판매가 되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선호한다. 또 책을 읽고 온라인 블로그 등에 소감을 남기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저자군(群)도 출판평론가나 기존 작가에서 각 분야 전문가, 파워블로거 등으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지 저자의 원고를 받아 정리하는 것을 넘어 출판사가 직접 다양한 형태로 책에 대한 책을 기획하기 시작한 것. 정희용 부키 기획부장은 “한 명의 저자가 서평을 써서 모을 경우 개인의 취향이 강하게 스며들 수 있다. 그래서 ‘아까운 책’의 경우 전문가 필자를 여럿 참여하게 했다”고 말했다. 매해 출간될 예정인 ‘아까운 책’ 시리즈는 외국 전문 서평 매체만큼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도록 하는 게 목표다.

‘앎과 삶’ 시리즈를 기획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도 “정보가 넘치는 상황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를 잡아 관련 책 중 양서를 선정해 주요 내용을 알려주는 서비스는 출판계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앎과 삶’ 시리즈는 앞으로 두 달에 한 권꼴로 총 100권을 펴낼 계획이다.

독서를 취미로 하는 이는 줄었지만 독서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은 두꺼워졌다. 이들도 책을 다룬 책이 다각화되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쉽게 읽기 어려운 고전이나 유명한 책들의 주요 내용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먼저 알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주로 소설을 읽는다는 직장인 최민정 씨(34)는 “문학 외 분야의 책에 대해선 잘 모르는데, 서평 모음집에 소개된 책부터 읽으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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