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하얏트 24층의 실내수영장. 풀 가장자리가 눈에 보이지 않아 수영을 하다 보면 마치 도심 속 빌딩 숲으로 떨어질 듯 아찔하다. 파크하얏트 서울 제공
지난달 25일 낮. 장맛비에 태풍까지 겹친다는 소식을 들으며 다섯 살 딸과 5개월 된 아들, 이들을 돌보느라 녹초가 된 아내와 함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파크하얏트 호텔의 ‘서머 패키지’를 체험했다.
입구에 들어서 발레파킹을 맡기고 나니 바로 24층 최고층에 있는 로비로 안내됐다.
객실은 19층. 나무 장식 복도에는 산뜻한 동양화 몇 점과 전통 도자기들이 진열되어 아늑한 분위기다. 객실에 들어서니 벽 전체 통유리가 눈부시다. 삼성역 코엑스 사거리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무역센터, 아셈타워 고층 빌딩 숲 뒤로 봉은사의 불상도 보인다. 창 밖 빗방울이 굵어지니 한편의 차분한 풍경화 같다.
로비에서 빌려온 DVD의 ‘니모’라는 물고기에 빠져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참으로 오랜만의 평화로운 오후를 즐겼다. 잠깐 낮잠에서 깨 이 호텔의 여름 명물이라는 팥빙수를 맛보려 다시 24층 로비 옆의 라운지를 찾았다. 2인분이 2만4000원이지만 맛보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도심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창가 자리는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객실로 돌아와서는 깊숙한 욕조에 물을 받는다. 타임지가 ‘아시아 최고의 욕실’로 선정한 이곳은 객실과 마찬가지로 환상적인 ‘뷰’를 감상하며 목욕할 수 있다. 거실 TV의 음악채널을 켜놓으면 욕실 TV로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야경이 끝내주지만 밖에서도 안이 다 보이니 너무 자유스러운 것도 위험하다.
밤에는 호텔 지하 바 ‘더 팀버 하우스’에서 라이브 공연을 보며 칵테일 한 잔을 꼭 맛봐야 한다. 연예인 및 강남의 트렌드 세터들이 즐겨 찾는 ‘바’로도 유명하다.
24층의 실내수영장도 필수 코스다. 3.4m 높이의 통유리창에 수영장 가장자리가 보이지 않아 마치 물이 도심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듯하다. 그래서 이름도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이다. 시시각각 바뀌는 천장의 조명과 찬란하게 펼쳐지는 도심 차량의 불빛을 내려다보며 마치 구름 위에서 수영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만 5세 미만 아이들이 못 들어가는 것은 아쉽다.
그 대신 파크하얏트는 VIB(Very Important Baby)라는 아이용 서비스를 준비했다. 건강 이유식, 어린이용 음식, 베이비 시팅 서비스는 유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테디베어, 티셔츠, 쿠키 등, 유야용 비누, 크림 등은 무료로 제공한다.
다음 날 아침. ‘코너스톤’에서의 조식 뷔페는 구석구석 보석 같은 음식을 만끽해야 한다. 신선한 과일, 샐러드, 벌집 덩어리째 놓인 천연 꿀, 홈메이드 시리얼과 요구르트를 모두 맛보려면 두 시간도 짧다. 어느덧 아쉬운 체크아웃 시간. 휴식을 잊고 회사로 향하니 마음은 다시 무거워졌지만 도심 속 파크에서의 추억은 약간의 위안으로 남을 것 같다.
다른 주요 특급호텔들도 개성이 담긴 다양한 서머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야외 수영장은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을 추천할 만하다. 알칼리성 온천수의 야외수영장 리버파크 이용과 풀사이드 뷔페를 포함한 ‘쿨 서머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서울팔래스 호텔의 ‘서머 겟어웨이’ 패키지에도 한강 잠원지구 야외수영장 이용이 포함됐다. 호텔에서 수영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문화체험과 함께하는 패키지도 많다. 노보텔앰배서더는 예술의 전당 ‘오르세 미술관전’ 관람권을 포함한 패키지를 내놓았으며 세종호텔은 ‘드로잉 쇼 히어로’ 공연티켓을 포함한 ‘휴 패키지’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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