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쑥쑥!… 열려라, 책세상!]엄마가 사라졌다, 묘지속으로…

  • 동아일보

◇보고 싶은 엄마/레베카 콥 글, 그림/32쪽·1만2000원·상상스쿨

상상스쿨 제공(오른쪽)
상상스쿨 제공(오른쪽)
네다섯 살쯤 되는 꼬마에게 엄마의 부재는 어떻게 다가올까. 그리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엄마를 아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비가 오는 날 묘지에서 엄마와 작별인사를 했다.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는 잘 모른다. 집에 돌아와서는 소파며 침대 밑을 들춰가며 하루 종일 엄마를 찾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가 찾아낸 것은 가방이며 옷가지 등 엄마가 쓰던 물건이 전부다. 나는 생각했다. “엄마는 자기 물건 챙기는 걸 깜빡 잊은 게 틀림없어.”

아빠와 누나와 함께 엄마의 묘지에 꽃을 갖다 두지만 엄마는 그 꽃마저 가지러 오지 않는다. 엄마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봐 나는 두렵다. 내가 말썽을 피워서 엄마가 떠난 것은 아닐까. 다른 아이들의 곁에는 모두 엄마가 있는데 이건 공평하지 못하다.

결국 아빠에게 엄마가 언제 돌아오는지 물었다. 아빠는 나를 꼭 껴안아주며 말했다. 엄마는 죽었다고. 누구든지 한번 죽으면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얘기도 그때 들었다. 그래서 엄마도 돌아올 수 없는 것이라고.

엄마도 우리와 함께 이곳에 있으면 좋겠지만 엄마가 없어도 아빠와 누나가 있어 괜찮다. 그리고 나를 돌봐주는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 있어 기쁘다. 지난 일을 떠올리며 얘기할 수 있는 것도 다행이다. 가족사진을 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우린 서로 도와가며 이전에 엄마가 했던 청소와 설거지를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언제까지나 엄마를 잊지 않을 것이다. 난 엄마한테 아주 특별한 아이였고, 엄마도 언제까지나 나한테 특별한 사람이니까.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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