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속 동물 어떤 의미일까

  • 동아일보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특별전
‘용 비녀’ 등 사회-문화적 해석

조선시대 호랑이무늬 가마덮개(왼쪽)와 물고기무늬 표주박.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호랑이무늬 가마덮개(왼쪽)와 물고기무늬 표주박.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제공
‘해동육룡(六龍)이 나라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옛 사람들에게 동물의 존재는 일상이고 상징이었다. 문화재에 표현된 동물을 통해 옛사람들의 동물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11월 26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동물, 인간의 삶으로 들어오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은 전통 화장문화재 컬렉션으로 유명한 곳.

비녀 자기 가마덮개 빗장 등 다양한 문화재에 표현된 용, 봉황, 호랑이, 거북, 물고기, 박쥐 등의 문화적 사회적 의미와 상징을 소개하는 자리다. 옛사람들은 해학적으로 묘사된 호랑이에게서 무서움보다는 친근감을 갖고, 상상 속의 동물인 용과 봉황은 살아 있는 생명체로 느꼈다. 이 전시는 단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이들 동물이 인간의 삶으로 들어와 어떻게 머물렀는지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선시대 용무늬 비녀는 화사하다. 비녀 머리를 용으로 꾸민 것으로, 의례 때 주로 착용했던 것이다. 용을 머리에 끼고 다녔던 옛사람들의 낭만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조선 청화백자 속의 용무늬에선 왕실의 당당함이 전해 온다.

19세기 가마덮개도 흥미롭다. 붉은색 바탕에 호랑이 무늬를 넣어 신부의 가마를 덮었던 것이다. 호랑이의 용맹스러움으로 신부의 가마를 액운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한 것이다. 실제 유물을 보면 호랑이의 당당한 모습에 악귀가 얼씬도 못했을 것만 같다.

오래 사는 거북은 장수를 상징한다. 조선시대 거북 모양의 빗장둔테는 만져보고 싶을 만큼 친근감을 준다. 건강과 복이 새나가지 말고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바랐던 옛사람들의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이 담겨 있다.

물고기도 많이 등장한다.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고 잠을 잔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고기가 재물의 이탈을 막고 액운이나 잡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호신의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또한 한 번에 많은 알을 낳기 때문에 다산을 상징하기도 한다.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현실적인 동물 상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박쥐는 다소 징그러운 모습이지만 재물을 불러오고 잡귀를 막아주는 동물로 여겼다. 어두운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근면성실함을 떠올린 것이다. 전시에 나온 백자청화 분수기는 자그마한 화장용기다. 윗면에 박쥐무늬를 앙증맞게 그려 넣었다. 단순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하는 조선시대 화장용기의 명품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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