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내 발에 꼭맞는 발리 수제구두 주문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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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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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소재-14개 색 골라 8주 기다리면···

스위스 구두공방의 장인이 발리의 주문 제작 방식의 프리미엄 수제화 ‘마이 스크리브’를 제작하고 있다. 발리 제공
스위스 구두공방의 장인이 발리의 주문 제작 방식의 프리미엄 수제화 ‘마이 스크리브’를 제작하고 있다. 발리 제공
“구두가 예쁘다고 칭찬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아내를 잃은 홀아비 미국 대통령 앤드루 셰퍼드(마이클 더글러스 분)가 환경단체 로비스트 시드니 웨이드(아넷 베닝 분)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미국 영화 ‘대통령의 연인’에 나오는, 웨이드와의 데이트를 앞두고 초조해 하는 대통령 아빠에게 해주는 딸의 조언이다. 딸의 조언을 충실히 따른 대통령의 칭찬에 첫 데이트는 성공했고 대통령의 연애는 이후 탄탄대로를 걷는다. 구두가 스타일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패션 소품일뿐더러 때로는 소유자의 인격과 감성을 반영하는 매개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객의 취향이 그대로 구두가 되다

스위스 가방, 신발 브랜드 발리는 ‘주문제작’ 방식의 수제화 라인 ‘마이 스크리브’를 4월부터 선보였다. 고객이 디자인, 색상, 소재 등을 선택하면 스위스 장인이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남성화 제품이다. 전 세계 발리 매장 중에서도 런던, 뉴욕, 파리, 뮌헨, 밀라노 등 18개 직영 매장과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만 주문이 가능한 프리미엄 제품이다.

8일 기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마이 스크리브를 주문할 수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 있는 발리 매장을 방문해 주문 체험을 했다. 매장에 들어서자 매니저가 악어, 타조, 소가죽 등 5가지 최고급 구두 소재를 엮어 책처럼 만든 샘플 북을 펼쳐 보였다. 블랙, 브라운 등 무난한 색상은 물론 와인, 초콜릿, 그린 등 개성 넘치는 14가지 색상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발리 에비뉴엘점 문정선 매니저는 “기성품이 시도하지 못하는 과감한 색상에 도전하는 개성 넘치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소재와 색상을 정했다면 디자인을 정할 차례다. 고전적 옥스퍼드화부터 발목을 감싸는 부츠 스타일까지 11종에 이르는 다양한 디자인에 마음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디자인을 정했다면 견본 구두를 신어 보면서 자신에 발 치수와 발볼 너비에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주문제작 수제화, 기다림마저 즐겁다

마이 스크리브 제품의 바닥에 새겨넣는 금속 소재 발리 로고. 발리 제공
마이 스크리브 제품의 바닥에 새겨넣는 금속 소재 발리 로고. 발리 제공
마이 스크리브의 품격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마감 기술에서 도드라졌다. 밑창에는 금속 소재로 만든 발리 문장을 삽입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호스빗 장식과 버클은 모두 은으로 만들었다. 구두 안쪽 라이닝에는 주문자의 이름이나 원하는 문구 등을 새겨 세상에 하나뿐인 내 신발이라는 애착을 더해준다.

주문에서 제품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8주. 기성화에 비하면 기다림이 길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스위스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다림도 즐거움의 일부가 된다. 가격은 소재와 디자인에 따라 170만 원대부터 116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구두를 하루 종일 신다 보면 발의 움직임과 체열 등으로 인해 미세하게 가죽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을 벗어놓는 동안에는 ‘라스트’라고 불리는 나무 소재의 발형을 구두 속에 넣어 보관해야 변형을 막을 수 있는데 마이 스크리브는 구매 고객에게 라스트를 함께 증정한다.

구두를 신다 보면 자연스레 밑창이 닳는다. 마이 스크리브는 ‘어퍼’라고 불리는 발등을 감싼 가죽과 밑창을 실로 꿰매는 ‘웰트 공법’으로 제작하는 덕분에 밑창을 통째로 교환할 수 있다. 스위스 공방에서 직접 밑창을 교환한 새것 같은 구두를 인도받는 데 10∼12주가 걸린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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