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26년을 기다린 토스카의 비극

  • 동아일보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첫 토스카 무대
21∼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서 공연

서울시오페라단이 창단 26년 만에 첫 공연을 펼치는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서울시오페라단이 창단 26년 만에 첫 공연을 펼치는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오늘날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긴박하다. 정치범 은닉, 고문, 성희롱, 위계(僞計)와 살인, 처형, 자살 같은 강도 높은 장면들이 이어지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한편으로는 오페라 팬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아리아들이 듬뿍 들어 있다. 화가 카바라도시가 연인 토스카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오묘한 조화’, 애인인 카바라도시를 구하려면 경시총감 스카르피아 남작에게 몸을 내줘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토스카가 부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카바라도시가 처형을 앞두고 연인을 떠올리며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 등 감미로운 아리아들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더욱 애절하게 만든다.

서울시오페라단이 21∼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토스카를 공연한다. 1985년 창단한 이 오페라단의 첫 토스카 무대다. 작품성과 함께 대중성도 높은 토스카를 여태껏 무대에 올리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박세원 서울시오페라단장은 “민간 오페라단은 토스카처럼 대중적인 오페라가 아니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시립오페라단으로서 대중적 작품보다는 ‘가면무도회’ ‘안드레아 셰니에’ 같은 대중에게 낯설지만 작품성이 높은 작품을 알리는 데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새삼 토스카를 공연하는 이유에 대해선 “사실 토스카는 ‘오페라의 대명사’라고 볼 수 있다. 대중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며 그런 오페라를 우리만의 색깔로 표현해 팬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오페라는 3막 안에 단 24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을 그린다. 19세기 말 로마를 배경으로 토스카를 탐내던 경시총감 스카르피아 남작은 토스카의 애인 카바라도시를 정치범으로 체포한 뒤 그의 석방을 대가로 토스카의 몸을 요구한다. 질투에 눈이 멀어 자기도 모르게 카바라도시를 위험에 빠뜨린 토스카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미국 신시내티대 음대 교수이자 신시내티대 음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마크 깁슨 씨가 지휘를 맡고 2005년 이탈리아 토레 델 라고의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동양인 연출가로는 최초로 ‘나비부인’을 선보였던 정갑균 씨가 연출을 맡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 주역 테너로 활동 중인 박기천 씨를 비롯해 한윤석 최성수 씨가 카바라도시 역을,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활약한 소프라노 임세경 씨를 비롯해 김은주 김은경 씨가 토스카 역을 맡는다. 바리톤 고성현 최진학 박정민 씨는 애틋한 사랑을 파멸로 이끄는 악당 스카르피아 남작으로 변신한다. 2만∼12만 원. 02-399-1783∼6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