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와의 만남’ 내 생애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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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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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오천축국전 세계 첫 공개전시 20일 막내려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에서 실크로드 요충지인 중국 둔황의 석굴벽화를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에서 실크로드 요충지인 중국 둔황의 석굴벽화를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해 12월 한국을 찾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열흘 남짓 지나면 프랑스로 돌아간다. 1300년 만의 귀향 치고는 아주 짧은 나들이였지만 관람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당초 16일에서 20일까지 연장 전시하기로 했다.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왕오천축국전’. 신라 승려 혜초(704∼780년경)의 세계정신과 ‘왕오천축국전’의 문화적 의미를 들여다본다.

8세기 초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토화라국의 차가운 설경. 파미르 고원을 눈앞에 둔 혜초는 “차디찬 눈이 얼음 가지 끌어모으고/찬바람 땅이 갈라져라 매섭게 부는구나/…/과연 저 파미르 고원 넘을 수 있을까”라고 읊조렸다.

719년 열다섯의 어린 나이에 중국 광저우로 건너가 723년 열아홉 살 때 인도로 구법기행을 감행한 혜초. 광저우를 출발해 뱃길로 인도에 도착한 그는 다섯 천축국(인도의 옛 이름)을 순례한 후 서쪽으로 간다라, 페르시아, 아랍을 지나 다시 중앙아시아를 거쳐 파미르 고원을 넘는다. 저 차가운 파미르를 무사히 건넌 혜초는 둔황을 거쳐 727년 당나라 수도인 장안(지금의 시안)에 도착했다. 장장 4년에 걸친 약 2만 km의 대장정이었다.

그의 여행길은 실크로드를 관통했다. 후대 사람들은 그래서 혜초를 “한국 최초의 세계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혜초가 신라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혜초는 실크로드를 지나며 고향땅 경주를 그리워하는 시를 남겼다. 고향을 그리워했으나 당나라 땅 장안에서 밀교를 연구하다 780년경 입적했다. 이국땅에서의 그의 죽음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이미 그에게 국경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혜초는 진정한 세계인이었다.

727년 장안으로 돌아온 혜초는 ‘왕오천축국전’을 완성했다. 한국인이 쓴 최초의 해외 여행기인 이 기록은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일상풍습 등을 생생히 담고 있다.

‘왕오천축국전’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한 차례도 공개 전시된 적이 없었다. 그런 ‘왕오천축국전’이 100여년 만인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나선 것이다.

1300년 만의 귀향, 세계 최초의 공개 전시. 진기록을 남기고 ‘왕오천축국전’은 21일 프랑스로 돌아간다.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은 4월 3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계속된다. 동서 문명교류의 보고인 실크로드의 유물 220여 점이 선보이는 자리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
▽일시=2011년 4월 3일까지(월요일 휴관) ▽장소=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문의=1666-4252, 홈페이지 www.silkroad201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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