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들어있는 풍경화… 문성식 전

  • Array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화가 문성식 씨 ‘풍경의 초상’전
작가 내면의 기억-경험 등 담아

문성식 씨의 연필 드로잉 ‘별과 소쩍새 그리고 내 할머니’. 고향 집에서 초상을 치른 경험과 느낌을 사실적이고 꼼꼼한 필치로 되살려냈다. 국제갤러리 제공
문성식 씨의 연필 드로잉 ‘별과 소쩍새 그리고 내 할머니’. 고향 집에서 초상을 치른 경험과 느낌을 사실적이고 꼼꼼한 필치로 되살려냈다. 국제갤러리 제공
문성식 씨(31)의 ‘풍경의 초상’전이 4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최연소 작가로 참여해 주목을 받은 작가다.

전시장에는 자연 풍경과 더불어 이를 바라보던 작가 내면의 기억과 경험까지 꼼꼼하고 세밀하게 아우른 드로잉 50여 점과 회화가 걸려 있다. 예전 작품이 풍경의 세부만 따서 그렸다면 신작에선 산과 숲 등 확장된 공간을 다루면서 더 풍부한 이야기와 성숙한 역량을 드러낸다.

세필로 그린 아크릴 작품 ‘밤의 질감’에선 온통 짙은 어둠이 지배한다. 인왕산 자락에 사는 작가는 아침저녁으로 작업실을 오가며 지켜본 산이 암흑 속으로 스러지는 것을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검은 풍경으로 완성했다. ‘별과 소쩍새 그리고 내 할머니’라는 제목의 연필 드로잉은 병으로 고생하다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초상을 치르며 작가가 보냈던 힘든 하루의 서사를 담고 있다. 그날의 경험과 느낌이 별이 총총한 하늘과 초상집의 풍경에 스며있다. 나뭇잎까지 치밀하게 묘사한 숲에서 올무에 걸린 고라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작품도 있다.

자신이 만난 풍경을 기억과 연계해 치밀하게 표현한 작품에 애잔한 정서가 흐른다. 삶과 죽음, 빛과 어둠이 혼재된 세상의 고달픈 표정이 낯익은 듯 낯선 풍경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02-735-844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