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백조 노니는 호수 仙界가 따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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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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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홋카이도 구시로 여행기

눈 덮인 호수, 눈꽃이 만발한 겨울 나무, 노천온천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여유롭게 노니는 백조…. 굿샤로 호를 바라보고 있자면 어쩐지 현실세계가 아닌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든다. 구시로=심은정 프리랜서
눈 덮인 호수, 눈꽃이 만발한 겨울 나무, 노천온천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여유롭게 노니는 백조…. 굿샤로 호를 바라보고 있자면 어쩐지 현실세계가 아닌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든다. 구시로=심은정 프리랜서
15일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 탑승 수속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e티켓과 여권을 내밀었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구시로(釧路) 가시는 분은 처음 봐요. 일본 어디 있는 곳이에요?”

홋카이도 동남부에 있는 항구도시 구시로. 국내에서는 여름철 골프투어를 위한 구시로행 전세기가 때때로 뜨기도 하지만, 많은 여행자에게 아직 낯선 곳이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구시로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 가지 알게 된 점은 구시로의 뜻이 일본의 소수민족인 아이누족의 언어로 ‘건널 수 있는 강’이라는 것.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 목적지라는 사실에 여행의 설렘이 배가된다.

봄부터 가을까지 구시로 관광의 초점은 습원(濕原)에 모아진다. 198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습지의 넓이는 무려 2만6861ha(약 2억6861만 m²). 원시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습원보다 더 빛나는 곳이 있다.


바로 굿샤로(屈斜路) 호 로텐부로(露天風呂) 백조온천이다. 일본 관광청이 20, 30대 젊은 여행자들을 위해 24가지 새로운 여행 코스인 ‘J루트’를 제안했는데 이 중 18번째 루트다. 단체 패키지 관광으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곳으로 ‘자유로운 영혼’들을 위해 오롯이 숨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은 보석’과 조우한 순간 절로 탄성이 나온다.

도쿄 하네다 공항을 거쳐 구시로 공항에 도착했다. 게이트가 두 개뿐인 작고 깔끔한 공항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구시로에’라는 한글 환영문구도 있었다. 공항을 나서자 짭짤한 바다냄새가 온몸을 휘감았다. 구시로 가이드를 맡은 안현숙 씨(39)는 삿포로에서 산 지 올해로 17년째라고 했다.

“홋카이도에선 삿포로 빼곤 다 ‘시골’이나 다름없어요.(웃음) 홋카이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삿포로에 몰려 있으니까요. 구시로는 여름철에 종종 왔었는데, 겨울엔 또 처음이네요. 다른 지역에 비해 동부는 눈이 덜 오는 편이지만 삿포로 쪽보다 추워요. 삿포로에선 스키를, 이쪽 동부에선 스케이트를 즐겨 탄다고 해요.”

‘이 정도 내린 건 눈도 아니다’라는 안 씨의 말에도 불구하고 제설차가 한편에 밀어 놓은 눈 더미는 웬만한 어른의 키를 훌쩍 넘었다. 그는 내비게이션을 홋카이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굿샤로 호로 설정했다.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풍경은 수묵화 같았다. 온통 눈으로 덮인 평탄한 들판에는 사람 발자국 대신 갖가지 모양의 동물 발자국이 여러 개의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 조그만 발자국들은 마치 백조온천으로 어서 가보라고 조잘거리는 듯했다.

구시로=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con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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