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덕현 스님 주지직 돌연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2일 0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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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욕심과 야망, 시기심 가장 어려웠다"

지난해 입적한 법정 스님의 상좌로 길상사 주지를 맡고 있던 덕현 스님이 최근 길상사 주지직에서 물러났다.

스님은 이와 함께 법정 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시민모임인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이사장직에서도 사퇴할 의사를 17일 경 표명했다.

스님의 사퇴는 오는 28일(음력 1월26일) 법정 스님의 1주기를 일주일여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뤄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덕현 스님은 길상사 홈페이지에 지난 20일자로 올린 '그림자를 지우며'라는 글에서 "길상사에 와서 지난 지 두 해쯤이 되는 마당에 절을 떠나게 됐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스님은 이 글에서 "스승의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분부를 거역할 수 없어 그동안 여기 있었고 지금은 설령 법정스님 당신이라 해도 여기를 떠나는 것이 수행자다운 일일 것 같아 산문을 나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산중의 한거(閑居)에나 익숙한 사람이 갑자기 도심의 도량에 나앉아 너무 많은 일을 다뤄야 했고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으며 너무 크고 복잡 다단한 요구와 주문들에 끝없이 시달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스님은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멀고 가까운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욕심과 야망, 시기심, 그리고 무리의 중심에 있는 사람의 고충과 충심을 헤아리지 않고 그 결정과 처신을 무분별하게 비판하고 매도하는 말들, 그 뒤에 숨은 아상(我相)들이었다"라며 사퇴 이유를 에둘러 밝혔다.

스님은 신도들에게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사람들의 본분과 소임을 다하며 묵묵히 구도의 길을 가라"고 당부했지만 "맑고 향기롭게의 몇몇 임원들이나 길상사나 맑고 향기롭게 안팎에서 나와 선의를 가진 불자들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거의 없다"며 사실상 불만을 표출했다.

맑고 향기롭게측 관계자는 스님의 사퇴와 관련, "법정 스님의 1주기 이후 이사회를 열고 사태 수습을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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