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위키리크스’ 어산지를 보는 엇갈린 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9일 03시 00분


◇위키리크스: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대니얼 돔샤이트베르크 지음·배명자 옮김 340쪽·1만3800원·지식갤러리(왼쪽), 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 지음·박규호 옮김 400쪽·1만5000원·21세기북스(오른쪽)
대니얼 돔샤이트베르크 지음·배명자 옮김 340쪽·1만3800원·지식갤러리(왼쪽), 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 지음·박규호 옮김 400쪽·1만5000원·21세기북스(오른쪽)
‘그는 단순한 범죄자인가, 아니면 디지털시대의 체 게바라인가?’

지난해 미국 국무부 외교문서 25만여 건을 공개해 세계를 경악시켰던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가 2011년 노벨 평화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는 현재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어산지가 미국 육군 브래들리 매닝 이병 등에게 정보 누설을 유도했다며 그를 기소하기 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위키리크스와 어산지의 실체를 다룬 책 두 권이 나왔다. 어산지의 측근으로 지난해 9월까지 위키리크스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대니얼 돔샤이트베르크 씨는 ‘위키리크스: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에서 어산지를 ‘황제’ ‘노예상인’으로 묘사하며 위키리크스 역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다.

“나는 어산지처럼 그렇게 극단적인 사람은 지금껏 본 적이 없다. 그는 극단적으로 자유로운 사고를 지녔다. 극단적으로 에너지가 넘친다. 극단적으로 천재적이다. 극단적으로 권력에 사로 잡혀 있다. 극단적 편집증이다. 극단적 과대망상이다.”

저자는 어산지의 여성 편력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어산지가 좋아하는 여자의 조건은 정말 단순했다. 스물두 살. 일단 젊어야했다. 그리고 여자로서의 자기 역할에 충실한 동시에 똑똑해야 했다”고 밝힌다. 그는 “어산지가 ‘얼마 전에 곧 사악한 계략이 있을 예정이니 섹스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를 들었다’며 성폭행 혐의는 펜타곤의 계략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한다.

책에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대형 사건의 뒷이야기와 사이트 운영 방식, 재정 상태 등도 상세히 담겼다. 저자는 “우리는 자료를 기다릴 뿐 자료를 요구하거나 직접 해킹하지 않으며 어떤 지령도 내리지 않는다”고 밝히며 “우리의 시스템은 불안정했고, 결국 그것을 책임지는 사람은 나였다”고 고백한다.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의 경우 “어산지의 생각과 행동은 대부분의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극단으로 치닫는다”고 지적하는 점에서 앞의 책과 일치한다. 그러나 “어산지에게는 비전과 카리스마가 있다. 어산지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을 열광시키고 추종자로 만드는 재능이 있다. 이 점은 다른 많은 문제점을 보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저자들은 어산지를 만난 경험을 전하며 “어산지는 결코 오만하거나 비열한 사람이 아니었으며 공격적이지도 않았다. 비범한 아이디어를 지닌 비범한 대화 상대였다”고 설명한다.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의 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 기자가 쓴 이 책은 위키리크스의 탄생부터 어산지가 성폭행 사건으로 구속되기 직전까지 위키리크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어산지의 어린 시절과 해커로서의 삶을 비롯해 위키리크스의 기밀문서 입수, 검증, 공개 과정도 상세히 소개한다.

책에는 위키리크스에 대한 평가와 디지털 시대에서 위키리크스가 갖는 중요성에 대한 나름의 분석도 담았다. “탐사보도 저널리즘의 핵심 분야에 새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해 (위키리크스에 대한) 관찰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두 저자는 “위키리크스가 저널리즘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고 평가한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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