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김소희씨 “맥베스 부인역 가장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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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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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 여주인공 역 모두 소화… 그랜드슬램 해냈죠”

‘맥베스’에서 맥베스 부인 역을 맡은 김소희 씨. 연희단거리패 제공
‘맥베스’에서 맥베스 부인 역을 맡은 김소희 씨. 연희단거리패 제공
셰익스피어는 연극배우에겐 언젠가 넘어야 할 큰 봉우리다. 그중에서도 4대 비극은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에 비유할 만해 배우로서 이 4개좌(座)를 모두 섭렵하려면 기(技)와 운(運)이 다 맞아떨어져야 한다. 중견 여배우 김소희 씨(41)가 이 그랜드슬램 달성에 성공했다.

8일 개막한 연극 ‘맥베스’에서 김 씨는 맥베스 부인 역으로 출연 중이다. 김 씨가 대표를 맡은 연희단거리패가 올해 창단 25주년을 기념해 영국의 젊은 연출가 알렉산더 젤딘 씨(25)에게 연출을 맡긴 작품이다.

젤딘 씨는 대본에 손대지 않으면서 무대와 의상 연기 등 이미지는 현대화하는 방식으로 이 중세 비극을 현대 중산층의 비극으로 바꿨다. 김 씨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여주인공을 모두 맡는 진기록을 세웠다.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1996년)와 약혼녀 오필리어(2001년), ‘리어왕’의 막내딸 코딜리어(2004년), ‘오셀로’의 아내 데스데모나(2006년)를 거쳤기 때문이다. 2009년 ‘베니스의 상인’의 여주인공 포사까지 포함하면 5대 작품 여주인공을 연기한 셈이다. 한국연기예술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정일 중앙대 교수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드문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 씨는 4대 비극 속 여주인공을 연기하면서 셰익스피어의 진가를 새롭게 발견했다. “셰익스피어 극 속의 인물은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자기 자신을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지 않고는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없어요. 4대 비극 속 여주인공만 봐도 모두 광기에 사로잡히거나 지독한 절망을 맛본 끝에 죽음을 맞으니까요.”

그렇다면 4대 비극 속 여주인공들은 어떤 차이를 지닐까. “코딜리어는 융통성 없이 고지식한 게 저를 닮아서 제일 편했어요. 거트루드는 여자와 어머니를 함께 담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어려웠고요. 오필리어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여성이고 데스데모나는 오히려 고난 속에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적극적 여성이죠. 맥베스 부인은 극의 비중도 가장 크고 현대적 여성에 가장 가깝다는 점에서 제일 매력적이죠.”

1만5000∼3만 원. 3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게릴라극장. 02-763-1268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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