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달빛요정’을 기리며… 인디음악 혼을 깨우다

  • 동아일보

‘1인밴드’ 故이진원 추모공연 27일 홍대클럽 103개팀 참여

《“알 수 없는 그 어떤 힘이 언제나/날 지켜주고 있어/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거야/난 행운아/죽는 날까지 살겠어 어렵지 않아/난 자신 있어….”
지난해 11월 6일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하 달빛요정·본명 이진원)의 노래 ‘행운아’ 일부다.》

“마음을 울렸던 그의 음악을 기억하기 위해 모였다.” 지난해 뇌경색으로 세상을 뜬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 추모공연을 하기 위해 26개 클럽과 103개 팀이 모였다. 뒤는 달빛요정의 생전 공연 모습. 왼쪽은 밴드 타카피, 오른쪽은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 사진 제공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공연추진회
“마음을 울렸던 그의 음악을 기억하기 위해 모였다.” 지난해 뇌경색으로 세상을 뜬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 추모공연을 하기 위해 26개 클럽과 103개 팀이 모였다. 뒤는 달빛요정의 생전 공연 모습. 왼쪽은 밴드 타카피, 오른쪽은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 사진 제공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공연추진회
그를 추모하는 공연이 27일 홍익대 주변 26개 클럽에서 103개 팀의 참여 속에 동시다발로 열린다. 가수의 추모공연에 홍대 앞 음악 관련 단체와 클럽, 100여 팀의 가수, 기획자들이 모이는 초유의 행사다. ‘나는 행운아’로 이름 붙인 이 행사는 고인의 유족이 대표를 맡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공연 추진회(이하 추진회)가 주최하고, 홍대 앞 음악 모임인 서교음악자치회,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 클럽문화협회, 공연페스티벌 에이전시 컴퍼니에프가 주관한다.

이 공연은 원래 달빛요정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있을 때 그의 쾌유를 기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공연 포스터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그가 세상을 뜨자 추모공연으로 바뀐 것. 달빛요정과 친분이 두터웠던 밴드 와이낫의 전상규는 “진원이의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었다. 그 음악이 왜 살아있을 때 더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많다”고 말했다. 달빛요정은 7년여 동안 음악을 하며 ‘절룩거리네’ ‘스끼다시 내 인생’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공연에는 블랙홀, 블랙신드롬과 같은 헤비메탈 그룹에서 싱어송라이터 NY물고기와 요조, 록그룹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가자미소년단 등이 참여한다. 롤링홀, 프리버드, 클럽 타, 에반스, 상상마당 등 라이브 클럽도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각 팀에 배당된 시간은 한 시간으로 공연할 때 달빛요정의 노래를 꼭 불러야 한다거나 추모 멘트를 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각 팀의 자율에 맡겼다.

공연장을 찾는 관람객은 입장료 1만 원을 내면 팔찌 티켓을 받아 26개 클럽 어디든 들어갈 수 있다. 또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발표한 앨범 중 한 장을 골라 받을 수 있다. “노래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유가족의 뜻이 담겨 있다. 추진회는 이를 위해 1집과 3.5집 각 1000장, 1.5집 2집 2.5집 3집을 400장씩 준비했다.

달빛요정을 추모하는 것 외에 인디음악계가 한자리에 모였다는 데도 이 공연은 의미가 크다. 가수와 클럽 운영자, 기획사 모두 개런티 없이 기꺼이 클럽 공간을 내놓고 시간을 들여 참여한 것.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홍대 주변에서 음악을 하는 모든 사람이 모일 것이다. 이 행사를 계기로 뮤지션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통로를 넓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인디음악의 성격이나 기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진 적은 없지만 더 이상 ‘인디=마이너’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어렵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인디라고 칭했다면 이런 정의가 2008년 이후에는 효력을 다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오늘날의 인디음악계에는 노리플라이, 크라잉넛처럼 실력 있고 잘 알려진 가수도 많다.

밴드 타카피의 김재국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엔 대형기획사에 비해 거칠고 조악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실력은 물론이고 기획력과 비즈니스에도 눈을 떠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전상규는 인디음악계를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규정했다.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힌 음악, 배고픈 음악, 사회규범을 무시하는 음악이라는 편견이 아직도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것. “세계적 록 스타를 꿈꾸는 사람부터 소소하게 일상의 기쁨을 얻기 위해 음악을 하는 사람까지,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는 거죠.”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김도형 인턴기자 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박종민 인턴기자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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