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국수냐 前국수냐… 5년만의 리턴매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 이창호 국수-최철한 9단 오늘 1국

이번이 국수전 도전기에서 네 번째 승부이자 5년 만의 리턴매치다. 이창호 최철한 9단은 국수전에서 47∼49기 3년 연속 대결했다. 47기 국수전에선 최철한 9단이 이창호 9단에게 3승 2패로 타이틀을 획득했다. 속기전 아닌 기전에서 후배한테 타이틀을 한 번도 내준 적이 없었던 이 9단에겐 충격적 패배였다. 48기에서는 최 9단이 이 9단을 3 대 0으로 셧아웃하며 2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 9단도 49기에서 3 대 2로 승리하며 설욕했다.

이 9단에게 국수전은 어떻게든 지켜내야 하는 마지막 보루. 지난해 우승했던 KBS바둑왕전은 이번 본선에서 이미 탈락해 현재로선 국수전이 유일한 타이틀이다.

그러나 최근 성적이 좋지 않다. 지난해 10월 이후 3승 8패.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한국 남자팀 우승에 일조해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12월 대국에서 2번 모두 졌다.

반면 최 9단은 기세를 올리고 있다. 15기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에서 이미 이태현 3단에게 2연승을 거둬 8, 9기에 이어 세 번째 우승에 거의 다가섰다. 여기에 국수전마저 거머쥐면 오랜만에 2관왕에 오른다. 지난해 65승 22패로 다승 2위, 승률 4위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음에도 본격 기전 우승이 없었던 아쉬움을 풀 수 있다.

이 9단의 고민은 또 하나 있다. 그의 현재 랭킹은 7위. 지난해 중반만 해도 랭킹 1, 2위를 오갔기 때문에 세계대회엔 시드를 받아 진출했다. 세계대회 시드는 보통 3, 4위까지 받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랭킹이 내려가면 선발전을 거쳐야 한다. 당장 일본 후지쓰배 세계대회 선발전이 19, 20일 열린다. 여기선 주최 시드를 받는 이세돌 9단을 비롯해 랭킹 4위까지 시드를 받았다. 나머지 3장의 참가권은 랭킹 5∼16위 12명의 기사가 토너먼트를 벌여 결정하며 이 9단도 이 선발전을 거쳐야 한다. 이어 중국이 신설한 초상부동산배도 31일과 다음 달 7일 선발전을 갖는데 3위까지만 시드를 주고 4∼15위가 선발전을 벌인다.

그렇지 않아도 체력과 집중력 저하 현상 때문에 대국 수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판에 오히려 대국 수가 늘어난 셈이다. 국수전에 대한 집중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9단에게는 지난해 10월 결혼한 뒤 맞는 첫 타이틀전이다. 그는 “신부의 뒷바라지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이번만큼은 승리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최 9단은 “이 9단이 워낙 큰 승부를 많이 치러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때 발휘할 줄 안다”며 “재미있는 리턴매치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수전은 제한시간이 3시간이다. 최근 대부분의 기전은 속기로 치러진다. 프로기사들은 3시간짜리 바둑은 승부호흡이나 수의 깊이에서 속기전과 다르기 때문에 최근 전적만 놓고 비교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김승준 9단은 “이 9단이 성적이 나쁘다고 하지만 대부분 속기전인 탓도 있어 3시간 바둑에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컨디션을 감안하면 최 9단이 우세한 듯 보이지만 장시간 바둑에서의 승패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전 1국은 12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2국은 14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갖는다. 3국 일시와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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