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제일 바쁜 기사는 원성진 9단이었다. 그는 11월 들어 거의 이틀 걸러 한 번씩 대국을 가졌다. 이 대국 전날 박영훈 9단과 명인전 결승 5번기 최종국을 뒀다. 결과는 원 9단의 패배. 오랜만에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그는 패배의 아픔을 씻기도 전에 바로 국수전 대국을 벌여야 했다. 또 사흘 뒤에는 조한승 9단과 GS칼텍스배 결승 4국이 잡혀 있었다.
1985년생 동갑내기인 두 대국자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마주 앉는다. 평소 친하지만 대국자로 마주 앉으면 전력을 다해 거꾸러뜨려야 할 적이 된다.
백 10이 이색적인 수. 보통 상변으로 뛰어들거나 우하 쪽을 걸쳐간다. 최철한 9단은 흑이 12의 자리에 지키는 모양이 좋다고 본 모양이다. 그러나 백의 행마가 초반부터 삐걱거린다. 백 16이 너무 좁았다. 평소처럼 참고도 백 1로 세 칸 벌리는 수가 좋았다. 흑 2로 침투해 8까지 넘어가는 것이 싫었겠지만 백 9로 둬 불만 없는 모양이다.
최 9단은 흑 17의 모자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막상 밖으로 탈출하기가 마땅찮다. 그래서 아깝지만 백 18, 20을 교환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벽을 만들고 백 22로 붙여 탈출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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