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떠난 베트남 여행, 소심한 그녀가 찾아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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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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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예기치 않은’

대본★★★☆ 연기★★★★
연출★★★☆ 무대★★★★

한 여성의 베트남 여행기를 그린 연극 ‘예기치 않은’은 무대를 사실감 있게 그려내 현지를 다녀온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 제공 극단 놀땅
한 여성의 베트남 여행기를 그린 연극 ‘예기치 않은’은 무대를 사실감 있게 그려내 현지를 다녀온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 제공 극단 놀땅
빵빵. 오토바이 행렬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이 총총걸음을 재촉한다. 모두들 뚜렷한 목적지를 향해 가지만 배낭여행자 수정은 이 상황이 혼란스럽다. 끈질기게 호객 행위를 하는 현지인 앞에서 그는 울상을 짓는다. “나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요.”

25일 초연 무대에 오른 연극 ‘예기치 않은’(작·연출 최진아)은 한 여성이 난생 처음 해외여행으로 간 베트남 여행기를 그린다. 음악, 소품, 의상 등으로 이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 90분 동안의 공연을 보고 나오면 딱 베트남에 다녀온 기분이 든다.

극은 여행 중에 있음 직한 구체적 상황들로 웃음을 준다. 베트남 과일 장수는 과일 한 개를 불쑥 내밀고 “원 달라”를 외치다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원 달러에 두 개, 네 개까지 준다며 흥정을 한다. 호텔 종업원은 손님이 없는 사이 은근슬쩍 가방을 열어본 뒤 “한국 과자다”라며 한입 베어 먹는다. 현지인들과 나누는 영어 대화도 “나는 싫다. 그것이”라는 식으로 더듬더듬 표현해 사실감을 높였다.

수정이 여행을 통해 1년 전 자살한 친구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고 내면의 변화를 경험한다는 게 줄거리. 수정은 여행 중에 만난 영국 청년과 헤어지며 “여행에서는 두 번 이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다시 그와 재회한다. 잠자리를 가진 뒤 “이러면 결혼해야 하는 건데…”라면서도 쿨하게 그를 보낸다. 바가지를 쓰고도 화 한번 못 냈던 수정은 극 후반 호텔의 부당한 처사에 “이러면 안 되는 거다”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고 컵을 깬다.

특별한 극적 갈등 없이 소소한 에피소드가 여행 순서에 따라 펼쳐진다. 극은 깔끔하고 흐름에 무리가 없지만 잔잔한 내용만 이어지다 보니 싱거운 느낌을 준다. 제목과 달리 ‘예측 가능한’ 것이다. ‘시동라사’로 제46회 동아연극상 신인상을 받은 이지현은 수정 역을 맡아 여행자의 설렘과 두려움을 무난히 소화했다. 호텔 종업원 트촨 역의 이준영은 베트남 현지인으로 착각할 만한 외모와 코믹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i:

2만 원. 12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1가 선돌극장. 02-747-3226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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