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아우른 퓨전철학 의식-자아 등 연구 도움”

  • 동아일보

‘동양철학의 재인식’ 국제학술대회

“동서양 철학을 아우른 퓨전철학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철학으로서 가능성이 충분합니다.”(마크 시더리츠 서울대 철학과 교수)

세계화 시대에 학문 간의 경계와 구분이 모호해지고, 서로의 장점을 취한 혼용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5, 6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리는 한국동양철학회의 ‘동양철학의 재인식’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도 그 일환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아일랜드 등 동서양 20여 명의 철학자가 발표와 논평을 하는 이번 대회는 동양철학의 시대적 가치와 서양철학과의 공동연구 가능성을 짚어본다. 이광호 한국동양철학회장은 초대 인사말을 통해 “오리엔탈리즘의 주술에서 해방된 동양철학은 이제 현실과 세계를 어떻게 관조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답해야 할 시대를 맞았다”고 말했다.

발표 논문 가운데 시더리츠 교수의 ‘퓨전철학에 과연 미래는 있는가’가 우선 돋보인다. 서구 분석철학으로 불교를 연구해온 그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철학과 교수를 거쳐 2008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다.

시더리츠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우리가 처음 철학에 끌린 이유는 철학이 중요한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동서 비교철학이 서양철학과 동양철학 내의 어떤 특정한 요소들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에 그치는 반면, 소위 ‘퓨전’ 철학은 두 전통으로부터 이어받은 통찰을 사용해 철학적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비교철학이란 한 철학적 전통의 주장이나 이론을 다른 전통의 비슷한 것과 나란히 놓고 유사성의 여부를 단순히 논하는 것이다. 예컨대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두 제시한 덕(德)의 개념을 비교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는 현대의 의식과 자아에 관한 연구에서 퓨전철학이 가능하다고 본다. 서양철학과 인도철학에서는 오랫동안 자아의 존재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는데, 데카르트와 고대 인도의 우전왕(優塡王)은 자아가 있다고 했고, 흄과 부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인도 철학자들과 서양 철학자들이 단순 개념비교에서 벗어나 이런 주장들에 대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눈다면 양쪽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스 게오르그 묄러 아일랜드 코크대 교수는 논문 ‘세계화 시대를 위한 유학의 소극적 윤리’에서 “유교 윤리학은 어떤 보편적인 도덕기준들을 규정하려 하지 않고 서양 도덕 철학보다도 훨씬 더 실천가능하고, 유연하며, ‘보편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유교 윤리학이 서양 도덕 철학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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