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탱글탱글, 야들야들∼” 미식가의 입맛, 바다의 여왕 ‘문어’가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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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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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식감에 담백한 맛이 일품… 타우린, DHA, 비타민 등 영양성분 풍부해 이유식, 미용식, 회복식, 술안주로도 제격

《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초장에 찍었다. 바다향기가 입 안 가득 펴진다.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씹을수록 담백한 것이 달짝지근한 맛도 살아난다. 초겨울 우리의 입맛을 돋우는 ‘문어’다. 문어는 우리나라 동해 부근의 경상북도나 강원도에선 큰상차림의 단골 메뉴다. 이 지역에선 명절이면 문어부터 장만한다. 일대에서 문어 없는 잔치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 강원 동해시 묵호동 까막바위에는 문어 형상의 문어상(像)도 있다. 문어를 나라를 지키고 죄 지은 사람을 벌하는 수호신으로 여긴 것. 경북 안동지역에선 문어가 잔칫상의 품격을 결정한다. 다른 음식은 부족해도 문어만 있으면 “잘 차렸다”는 평을 받는다. 문어요리 애호가들은 술안주로 문어만 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탱글탱글하게 데친 문어숙회에 얼큰하고 진한 국물이 일품인 문어탕까지…. 쌀쌀한 가을 저녁, 좋은 사람과의 술 한잔이 생각날 때 제철을 맞아 탱탱한 살과 단맛을 자랑하는 문어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
○ 똑똑한 양반고기 ‘문어’

문어는 한자로 문어(文魚)라고 쓴다. 지능이 높아 이름에 ‘글월 문’자가 붙었다고 전해진다. 위기에서 탈출하려고 뿜어대는 ‘먹물’이 지식인의 상징으로 간주된 것. 예로부터 조상들은 문어를 ‘양반고기’나 ‘똑똑한 고기’라고 불렀다.

머리가 큰 것도 똑똑한 고기로 알려진 이유가 됐다. 하지만 아는가? 우리가 문어의 머리라고 부르는 민둥민둥하고 둥근 부위는 머리가 아닌 몸통이란 사실. 머리는 몸통과 발이 연결되는 부위에 있으며 그 속에 뇌가 있다.

문어의 뇌는 동전의 반 정도 크기로 동전보다 조금 가볍다. 하지만 꽤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동물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문어는 훈련을 통해 간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을 가지며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의 해결방법을 익힌다. 예를 들어 미로에 문어를 가두면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다.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어에 달린 8개의 발을 보자. 문어의 발은 따로따로 휘거나 늘어나거나 오그라드는 등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머리에서 명령하지 않더라도 각각의 발이 감각에 의해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 서양에선 악마의 고기…동양에선 ‘바다의 여왕’

문어는 ‘바다의 카멜레온’이라고 불린다. 오징어처럼 환경에 따라 몸의 색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주변과 비슷한 색으로 변하고 기분에 따라서 변하기도 한다. 공포를 느꼈을 땐 흰색, 화가 났을 땐 붉은색을 띤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대영제국의 약점을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붉은 색의 문어머리를 한 처칠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영국 총리인 처칠을 험상궂은 문어 이미지로 둔갑시킨 것.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인은 문어를 ‘악마의 고기’라 부르며 혐오하고 먹지 않았다. 그런 까닭인지 서양의 전설에는 거대한 문어가 배를 공격하는 괴물로 자주 등장했다.

미국 월트디즈니사가 만든 만화영화 ‘인어공주’에서 마녀는 문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도 대형 문어는 무서운 힘으로 배를 파괴한다.

반면 동양에서는 문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일본에선 중생의 병고를 고치는 부처인 약사여래가 문어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늘이 없는 생선은 제사상에 올리지 못하지만 먹물이 있는 문어는 특별히 허락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피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어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좋다는 의미에서 ‘바다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 피로해소, 해독작용, 두뇌 발달까지…팔방미인 문어!


조선시대 가정백과사전인 ‘규합총서’에는 ‘문어는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문어의 알은 머리, 배, 보혈에 귀한 약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현상을 다스리는 데 유익하다’고 적혀있다. 쇠고기를 먹고 체한 데는 문어를 고아먹으면 낫는다는 민간요법도 전해진다. 말린 문어는 ‘피문어’라고 불린다. 피를 맑게 하고 지혈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산모에게 많이 먹였다.

조선 후기 학자 정약전은 어류 연구서 ‘자산어보’에서 문어에 대해 ‘맛이 달며 전복과 비슷해 횟감으로 좋고 말려 먹어도 좋다’고 썼다. 또 ‘종기를 고치고 물에 개어 바르면 피부병에 신통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요즘엔 문어에 들어있는 ‘타우린’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문어의 타우린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억제하고 동맥경화, 심장마비를 예방한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피로회복과 간 해독작용에 효과가 있다. 술과 함께 먹으면 알코올 분해를 촉진시켜 숙취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

문어는 두뇌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문어에 풍부한 DHA와 EPA 덕분. 이들 성분은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어가 ‘브레인 푸드’로 떠오르면서 채소와 문어를 넣어 만든 이유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문어는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권할 만하다.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기 때문이다. 단백질 함량이 웬만한 흰살 생선에 버금간다. 문어를 넣은 국은 노인이나 환자를 위한 회복식으로 좋다.

여성에겐 미용 식품으로 추천할 만하다. 문어에 있는 비타민E와 나이아신이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피부염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성분에는 노화를 억제하고 세포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고도 전해진다.

○ 무와 찰떡궁합… 문어살 연해지고 잡냄새 사라져

빨판에 검은 반점이 있고 탄력이 있는 것이 신선한 문어다. 미끈미끈한 점액이 많은 것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삶았을 때 껍질이 쉽게 벗겨진다.

문어는 대개 날것으로 먹지 않고 익히거나 말려서 먹는다. 맛있게 먹으려면 무와 함께 문어를 삶아보자. 문어와 무는 궁합이 잘 맞는다. 삶을 때 무를 갈아 넣고 끓이면 문어살이 연해지고 잡냄새가 사라진다. 여기에 녹차나 술, 소금, 식초를 넣으면 색이 선명하고 잘 무르지 않는다. 삶은 정도에 따라 식감이 달라지므로 껍질이 붉은색을 띨 때까지 약 20분간 펄펄 끓는 물에 삶아야 한다.

삶은 문어는 ‘문어숙회’로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초장이나 기름장에 살짝 찍어 먹는다. 문어 고유의 연한 육질의 감칠맛과 고소함을 음미할 수 있다.

기호에 따라 다른 맛을 즐길 수도 있다. 궁합이 잘 맞는 소스나 재료와 함께 조리하면 맛도 다양해진다. 문어초밥, 문어탕, 문어무침, 문어튀김, 문어볶음, 문어백숙, 문어조림, 문어장아찌 등 많다.

문어탕은 대구알을 넣어 끓이면 국물 맛이 진하고 깊어진다. 신선한 채소와 소면, 소스를 넣어 버무린 문어무침은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 문어튀김은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특징을 가진다. 문어조림이나 문어장아찌는 짭조름한 맛으로 밥반찬으로 ‘딱’이다.

문어요리 전문점 ‘문어야(夜)’의 김용성 대표는 “문어의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하고 깔끔한 맛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라면서 “다양한 문어요리를 한번 맛보면 누구라도 문어 마니아가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문어는 본연의 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고유의 풍미를 즐기려면 약한 맛의 양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면서 “문어 고유의 야들야들한 식감을 느끼려면 얇게 저며서 먹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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