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유아인 “진짜 짐승남은 갇히지 않는 산짐승 같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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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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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균관 스캔들’ 유아인 인터뷰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 오리털 파카에 반바지 그리고 어그 부츠. KBS ‘성균관 스캔들’ ‘잘금 4인방’의 불량아 유아인(24)은 묘한 배우였다. 경기 화성 세트장에서 만난 그는 불량하기 짝이 없는 복장을 하고서도 빛이 났다. 그가 맡은 문재신이 성균관의 최대 문제아이면서도 ‘걸오앓이녀’들을 거느리듯 말이다. 문재신은 미친 말처럼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거칠기 짝이 없어 ‘걸오(桀오)’로 불린다. 성균관의 짐승남이다.

“기존의 짐승남은 근육 속에 갇힌 인물인데 제가 생각하는 짐승남은 틀이 없는 사람이에요. 울타리에 가둬놓은 짐승이 아닌 정말 산짐승 같은….”

유아인은 “문재신이라는 껍데기를 통해 엄홍식(본명)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캐릭터를 통해 내가 가진 것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그의 연기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문재신이 시국을 비판하는 붉은 문서인 ‘홍벽서’를 뿌릴 때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재신은 밤마다 검은 복면을 쓰고 세도가들 집 대문에 홍벽서를 화살에 꽂아 날려요. 이정무(김갑수 분)의 대사처럼 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치기를 가진 청춘이죠.”

‘성균관 스캔들’ 시즌2가 제작된다면? 유아인은 “더 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문재신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줬기 때문이란다. 사진 제공 와이트리미디어
‘성균관 스캔들’ 시즌2가 제작된다면? 유아인은 “더 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문재신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줬기 때문이란다. 사진 제공 와이트리미디어
홍벽서는 문제만 제기할 뿐 대응책은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유아인의 생각은 달랐다.

“그게 청춘이잖아요. 대응책까지 제기할 수 있으면 재신이가 영의정 좌의정 하죠. 대부분 사람들은 문제의식도 없이 살아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다 보면 해답에 접근하겠죠.”

그는 같은 이유로 주인공 잘금 4인방이 좌절하면서 드라마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에겐 아무런 힘이 없다’는 갑갑함과 무기력감을 10, 20대 시청자들이 함께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많이 분노할 수 있게요.”

유아인이 ‘걸오’ 역으로 인기를 얻는 것을 걱정하는 팬들도 있다. 저예산 독립영화인 ‘좋지 아니한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통해 쌓아온 그의 비주류적인 이미지가 약해지는 게 아쉽다는 것이다.

“주류 비주류가 정해진 건 아니잖아요. 대중적인 것이 주류, 그렇지 않은 것이 비주류라면, 비주류를 주류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게 그 힘이 있다고 믿으면서 일을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일을 놓아야 해요. 내가 주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준다면 그게 주류가 되는 길이니 좀 더 영악해지려고 노력해요.”

끓는 청춘 문재신이 40대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정무의 자리(좌의정)까지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그 시대의 홍벽서를 만나서 화살을 맞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이정무보다 좀 더 나은 이정무로 살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체제 전복을 꿈꾸는 문재신이 현실 정치인의 좌장이 된다니, 놀라웠다.

“재신이 성균관 유생인 이상 정치 수업을 받고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정치인으로 이정무의 자리에는 올라가야죠. 단, 재신의 방법으로, 재신이만 품을 수 있는 마음을 품고요. 배우 유아인도 같아요. 마흔까지 연기를 하고 있다면 연기자로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는 최고는 ‘누구 같은’ 게 아니라 ‘나 같은’ 걸 만드는 겁니다.”

화성=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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