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잔]“화학은 딱딱? 인간미 넘치는 철학!”

동아일보 입력 2010-09-18 03:00수정 2010-09-18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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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 펴낸 황영애 교수
황영애 교수
“화학을 좋아하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잘 알려줄 수 없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 순간 화학이 제게 말을 걸어왔어요.”

45년. 최근 ‘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더숲)를 펴낸 황영애 상명대 교수(63·사진)가 화학을 공부해 온 시간이다. 정년을 앞두고 평생을 함께해 온 화학에서 얻은 깨달음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강단에 서기 전까지는 오직 지식으로만 화학을 접했다는 황 교수는 “강의는 지식을 과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학생들에게 알리기 전에 나부터 화학을 이해하고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을 통해 오존, 중성자, 플라스마 등 화학 개념 19개가 새롭게 태어났다.

헤모글로빈이 온몸을 순환하며 산소를 공급하는 현상은 그저 과학적 현상으로 보고 넘기지 않았다. ‘기꺼이 헤모글로빈과 떨어져 필요한 곳에서 생명을 유지시키는 산소’와 ‘악착같이 헤모글로빈에 붙어 산소 부족을 유발하는 일산화탄소’로 비교해 봤다. 그러면 ‘움켜쥐고 사는 게 행복인가.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손에 쥔 것을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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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집필한 지난 1년을 황 교수는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추억한다. 촉매란 개념을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골똘히 궁리하던 중에 우연히 영화 ‘블랙’을 봤다. 장애로 시각과 청각을 잃은 자신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줬던 사하이 선생님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자 역할을 바꿔 선생님을 돕는 미셸의 캐릭터에서 자신의 한 부분을 잃어 반응을 완성시킨 뒤 자신도 회복되는 촉매의 성질을 이끌어냈다. 황 교수는 “그간 막연하게 촉매는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만 생각했는데 결국 책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화학을 전공한 학자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았다. 화학 개념을 설명할 때 그 분야에 대한 기초설명부터 연구 과정, 쓰임새 등을 꼼꼼하게 적었다.

“화학이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인체의 순환부터 네온사인과 그림에 쓰이는 물감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화학과 연관되지 않은 게 없는데 어렵다고 외면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황 교수는 화학을 중성자에 비유했다. 양성자를 연결해 원자핵을 구성하는 역할을 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 평가절하되는 중성자와 흡사하다는 말이다.

황 교수는 스스로를 “부끄러움이 많고 감성이 풍부해 적성으로 따지자면 화학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더욱 화학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읽고 화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길 바란다. 욕망에 기대지 않고 홀로 서는 비활성기체의 우아함, 가까이 서면 해를 끼치는 것 같지만 정작 멀리서 우리를 지켜주는 오존 등을 알게 되면 화학의 인간미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과 화학은 닮은 점이 참 많아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자체가 철학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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