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울/책, 예술과 만나다]놀이로 느끼고 깨닫는 책속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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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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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릉초등학교 5층 강당. 점심을 먹고 운동장을 달리던 아이들이 땀을 닦으며 하나둘 모였다. 3학년 1∼3반 90여 명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막이 오른 무대를 응시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마이크를 든 기자 역의 배우가 공연에 직접 참여한 2반 학생들에게 일일이 질문을 던졌다.》
“공룡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요?”

“무서워요.”

“공룡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공룡이 되어 화합의 춤을 추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릉초등학교 학생들. 공룡을 욕하다가 공룡으로 변한 학생들은 “나와 다른 외모의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공룡이 되어 화합의 춤을 추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릉초등학교 학생들. 공룡을 욕하다가 공룡으로 변한 학생들은 “나와 다른 외모의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아뇨.”

아이들은 모두 공룡이 싫다고 대답했다. 이어 공룡 모자를 쓴 배우가 아이들 앞에 섰다. 말없이 몸짓만으로 자신의 외로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시큰둥한 눈으로 공룡을 지켜볼 뿐이었다. 공룡은 외톨이가 됐다.

이 공연은 김윤진 무용단의 ‘내 안에 공룡 찾기’. 다른 외모 때문에 ‘왕따’가 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문제를 다룬 동화 ‘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 왔다’(길벗스쿨)를 춤과 노래로 표현했다. 이 독서프로그램은 서울문화재단과 동아일보가 기획한 ‘책 읽는 서울’ 가운데 문화예술단체들이 책과 공연을 연계해 프로그램을 꾸미는 ‘책, 예술과 만나다’의 일환이다. 책 읽는 서울은 서울문화재단이 2004년부터 진행한 독서문화 캠페인으로 독서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문화와 결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외톨이가 된 공룡이 무대 밖으로 빠지고 아이들의 놀이가 시작됐다. 요정처럼 옷을 입은 배우가 동작을 먼저 하면 아이들이 따라하는 놀이였다.

“친구야! 놀러와!” “어, 나와 동작이 다르잖아. 나랑 똑같지 않으면 틀린 거야. 넌 빠져.”

배우와 동작이 다른 아이들이 하나둘 무대 밖으로 밀려났다. 밖으로 밀려난 아이들의 머리에는 공룡모자가 씌워졌다. 이윽고 아이들이 모두 무대 밖으로 밀려나고 무대에는 배우만 남았다. 아이들은 모두가 싫어했던 공룡이 돼 버렸다.

오히려 무대 밖에 있던 공룡이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친구가 없어 혼자라면 얼마나 슬플까. 나는 여러분의 이웃이에요.”

친구가 된 아이들과 공룡은 허리를 잡고 다같이 기차놀이를 하며 화합의 한마당을 열었다.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보던 1, 3반 아이들도 박수를 치며 공룡과 아이들의 어울림을 반겼다. 김윤진 무용단장은 “직접 참여하는 놀이 형태의 공연을 통해 아이들이 책의 주제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도록 기획했다”며 “무대 밖으로 밀려난 아이들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아이들은 초반에는 산만했다. 책을 미리 읽고 왔지만 은유적으로 표현된 동화의 주제를 이해하기 힘든 것 같았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공연에 빠져들고 관람하는 아이들 사이의 잡담도 끊겼다. ‘몸으로 느끼는 책’이란 공연의 의도가 잘 구현됐다.

공연에 참여한 박주휘 양과 홍예나 양이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꼭 공룡이 아니더라도 드라큘라, 도깨비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놀이를 함께하니 공룡과 친해진 것 같아요. 무서운 공룡이라 해도 우리랑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홍명희 담임교사는 “책을 먼저 읽고 나서 공연을 보면 동화 내용이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온다”며 “아이들이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다시 책을 찾아보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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