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뮤지컬 ‘韓流 열창’ vs 연극은 ‘日流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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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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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스타들이 출연한 뮤지컬들이 일본 여성팬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가 출연한 뮤지컬 ‘궁’. 사진 제공 그룹에이트
한류스타들이 출연한 뮤지컬들이 일본 여성팬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가 출연한 뮤지컬 ‘궁’. 사진 제공 그룹에이트
14일 밤 서울 용산구 용산동 극장 용. 뮤지컬 ‘궁’이 공연 중인 이곳은 일본 팬들을 겨냥한 뮤지컬 공연장의 한류 바람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했다. ‘궁’은 동방신기 멤버인 유노윤호의 뮤지컬 데뷔작. 공연 중 극장 좌우의 대형 프롬프터에선 일본어 자막이 흘렀고, 중간 중간 배우들의 일본어 애드리브 대사에 관객의 웃음이 터졌다. 유노윤호가 등장할 때마다 수많은 30, 40대 여성들이 객석 곳곳에서 망원경을 꺼내들고 마치 탐조객(探鳥客)처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대부분 일본인 관광객이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친구와 함께 온 나가타 유코 씨(36)는 “휴가를 내고 세 차례분의 ‘궁’ 공연티켓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제작사인 그룹에이트는 전체 객석 800석 중 400석 이상이 일본인 관객들이라며 “유노윤호의 첫 무대였던 9일 공연은 800석 대부분이 일본인 관객에게 팔렸다”고 밝혔다.

대형 뮤지컬 공연장의 한류(韓流)는 최근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준기와 주지훈 등 군복무 중인 한류스타가 출연한 뮤지컬 ‘생명의 항해’에도 갖가지 망원경으로 무장한 40, 50대 일본 아줌마 팬들이 몰렸다. 이 공연은 일본어 자막 서비스가 없었음에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14일간 공연에서 일본인 관객이 유료관객의 9%를 차지했다.

안재욱 신성우 등 중년 한류스타의 티켓파워도 막강하다. 이들이 출연한 뮤지컬 ‘잭 더 리퍼’(7월 22일∼8월 22일 성남아트센터) 공연에서 일본인 관객의 객석점유율이 30%를 넘겼다고 제작사인 엠뮤지컬컴퍼니는 설명했다. 그 영향으로 이들이 새롭게 출연하는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15일 우리금융아트홀 개막)는 일본 현지 티켓예매 사이트인 티켓피아를 통해서도 예약을 받았는데 전체 예매티켓의 50%가 이곳을 통해 팔렸다.

국내 연극무대에서 일본 원작 연극이 인기몰이를 하는 ‘일류’ 현상이 뚜렷하다. 미타니 고키 원작의 ‘너와 함께라면’. 사진 제공 연극열전
국내 연극무대에서 일본 원작 연극이 인기몰이를 하는 ‘일류’ 현상이 뚜렷하다. 미타니 고키 원작의 ‘너와 함께라면’. 사진 제공 연극열전
이처럼 국내 뮤지컬이 일본인 팬을 겨냥한 한류 현장으로 떠오른 한편 국내 연극무대에선 일본 원작 연극이 인기몰이를 하는 일류(日流)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먼저 일본 희극작가 미타니 고키 원작의 코믹 홈드라마 ‘너와 함께라면’이 연극열전3 최고 흥행작으로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 7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유료객석 점유율 90%로 인기를 모으면서 10월부터는 출연진을 더블 캐스팅해 지방 순회공연 병행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같은 작가의 ‘웃음의 대학’은 대학로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3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아트홀로 진출했는데 현재도 유료객석 점유율 70% 이상을 자랑하고 있다.

미타니 고키의 라이벌로 불리는 고카미 쇼지 원작의 ‘연애희곡’도 지난주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한 뒤 만만치 않은 웃음코드로 관객몰이에 나섰다. 미타니 고키 식 시추에이션 코미디에 성적 농담을 곁들인 ‘스크루볼 코미디’로 새바람을 몰고 올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연극계 일류는 대중극에만 머물지 않는다. 2004년 초연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공연 중인 김성녀 씨의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16∼2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일본 극작가 후쿠다 요시유키 원작을 번안한 작품이다. 23일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개막하는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는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연극 연작이다. 히라타 오리자 원작의 연극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벌써 다섯 편이나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무대의 한류가 배우의 힘에 기대고 있다면 연극 무대의 일류는 작가의 힘에서 비롯한다.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 히트작의 경우도 일본 원작인 작품이 상당수다. 한류의 문화산업적 성공이 외양에만 머물지 않도록 내실 있는 작가를 발굴해야 하는 이유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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