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꼬리 문 이야기 속 이야기… 터지는 ‘웃음폭탄’

  • Array
  • 입력 2010년 9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연극 ‘연애희곡’ …대본★★★★ 연기★★★☆ 연출★★★☆ 무대★★★★

미타니 고키와 더불어 양대 희극작가로 꼽히는 고카미 쇼지 원작의 번역극 ‘연애희곡’. 사진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미타니 고키와 더불어 양대 희극작가로 꼽히는 고카미 쇼지 원작의 번역극 ‘연애희곡’. 사진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일본 희극작가 고카미 쇼지 원작의 ‘연애희곡’(각색·연출 이해제)은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유행하게 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적용한 연극으로 부를 만하다. 하나의 현실을 토대로 3겹으로 ‘증강된’ 극중극을 펼쳐내기 때문이다.

현실이란 이렇다. 창사특집극 집필을 맡은 인기 방송작가 타니야마(이지하·배해선)의 대본을 받아오라는 특명을 받고 그의 집을 방문한 신참 PD 무카이(도이성·전동석)는 황당한 요구에 직면한다. 타니야마와 연애를 해줘야 대본을 완성할 수 있다는 요구다(레벨1).

이는 바로 타니야마가 쓰고 있는 드라마 ‘연애대본’의 내용에 거울처럼 반영된다. 드라마 내용은 스타 PD와 이제 막 드라마대본 응모전에 출품한 주부가 함께 대본작업을 하면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레벨2). 그런데 극중극으로 등장하는 대본의 내용이 스타 작가와 신참PD의 사랑이야기다(레벨3).

세 이야기는 거울 앞에 서면 좌우가 바뀌듯 작가와 PD의 권력관계가 뒤바뀔 뿐 기본 구도는 같다. 다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대사와 연기, 등장인물의 성격이 과장 왜곡된다. 웃음의 기폭제는 타니야마의 매니저 테라다(김성기)와 그들의 집에 침입한 무장강도 커플 히토시(김재만·김대원)와 교코(송유현)를 통해 촉발한다.

테라다는 레벨이 바뀔 때마다 때로는 가학적, 때로는 피학적 존재로 극단을 오가며 웃음을 끌어낸다. 무장강도 커플은 자신들의 존재를 드라마에 등장시켜줄 것을 요구하면서 드라마를 기상천외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미타니 고키의 웃음코드에 섹스코드를 살짝 가미한 이 작품은 이렇게 반전을 거듭하는 기발한 구성을 통해 TV드라마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것은 대중의 집단적 욕망을 투사하는 스크린이다. 작가와 PD, 배우는 그 스크린에 비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욕망의 형식인 스크린이지 욕망의 내용이 아니다. 타니야마의 히트작들이 설거지 거품 속에 금방 잊혀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욕망은 그 내용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은유’의 방식이 아니라 언제든 대체가능한 ‘환유’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3겹의 이야기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고 그 진실이 드라마가 아닌 연극을 통해 드러난다는 결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원작과 달리 극 후반부에서 레벨2를 생략한 점이 못내 아쉬운 것도 그 때문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i: 4만 원. 10월 31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13세 이상. 02-6391-6333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