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 섹시한 와인이 좋다! 4]로마네 콩티와 람보르기니의 공통점은?

더우먼 입력 2010-09-10 16:17수정 2010-09-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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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려 수입사 회장이 마신 와인, 이젠 없어서 못 팔아” [Wine]

▲ 포도밭에 세워진 십자가.

‘로마네 콩티'(Romanee-Conti).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와인이다. 와인 한 병에 1000만원을 넘어서는 와인이라니. 자동차로 치면 슈퍼카 ’람보르기니‘에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마디로 ’꿈의 와인‘이다.

▲ 로마네 콩티 2002 빈티지. 병만 봐도 마시고 싶어진다.
국내에서도 이 와인이 얼마나 유명하면 한 때 대히트를 기록한 한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수천만원짜리 와인을 선물 받았는데 그게 ‘로마네 닭띠’였다는 표현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간접 광고 때문에 로마네 콩티라는 본명을 내보낼 수는 없었지만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로마네 콩티임을 알 수 있는 재미난 장면이었다.

사실 애호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와인에 눈을 뜨기 시작한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로마네 콩티를 국내에서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세계 최고의 품질과 희소성에 대한 인식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인이 팔리지 않자 이 와인을 독점 수입한 신동와인의 모회사 일신방직의 김영호 회장이 팔지 못하고 재고로 쌓인 로마네 콩티를 마신 일화도 업계에서는 유명한 이야기. 국내에서는 김 회장 만큼 로마네 콩티를 많이 마신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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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0년 들어 로마네 콩티에 대한 소비자(물론 부유한 소비자를 말한다)들의 반응은 드라마틱하게 변화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란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와인을 맛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었고, 현재는 수입되기도 전에 예약으로 판매가 완료되는 상황이다.

로마네 콩티는 한 해 6000여병 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포도원 규모가 고작 1.85ha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본 로마네 마을에 있는 이 포도원은 빨간 철문에 ‘RC'라고 적힌 문양과 포도밭에 있는 십자가로 로마네 콩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소박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이렇게 단출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 로마네 콩티의 빨간 철문. 'RC'라는 문양이 눈에 확 들어온다.

로마네 콩티를 만드는 생산자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 -Conti)인데 자부심이 대단하다. 홍보와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와인을 사려는 바이어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와이너리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더 이상 언론에 나가지 않아도 와인을 파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로마네 콩티 한 병만 팔지도 않는다. 로마네 콩티를 한 병 사려면 자기네가 만드는 라타쉬, 로마네 생 비방, 리쉬부르, 그랑 에세조, 에세조 등 11병을 묶어 12병 패키지로 사야 한다. 마치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를 판매할 때 B급 영화를 묶어서 판매하는 것과 흡사하다.

하지만 불평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나머지 5개 와인들도 쟁쟁한 와인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한마디로 DRC 와인의 매력을 시장에서 인정하고 있어서다.

이 포도원이 사실 원래부터 이런 비싼 와인을 만든 곳은 아니었다. 중세 시대에는 생 비방 수도원 소유로 신에게 바치는 와인을 만들었다. 13세기부터 수도원이 문을 닫은 17세기까지 이런 용도로만 사용됐다.

▲ 포도밭 전경.

그런데 18세기 루이 15세의 심복이자 비밀경찰 총수인 콩티 공이 을 사들였다. 본 로마네 마을은 5세기 로마군에게 정복당한 이후 ‘로마네’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여기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로마네 콩티’라고 명명하면서 포도원은 다른 용도로 변신한다.

왕 족과 귀족이 마시는 와인으로 새로운 포지셔닝을 시작한 것. 콩티 공의 정치적인 파워도 있었을 테고, 부르고뉴 와인의 힘도 거들었다. 그런데 재미난 일이 하나 발생한다. 1749년 루이 15세의 애인인 퐁파두 부인이 로마네 콩티에 눈독을 들이면서 콩티 공과 퐁파두 부인 간 한판 승부가 벌어진 거다.

퐁파두 부인이 이 포도원을 가지려고 한 이유는 대체 뭐였을까. 단지 와인이 좋아서, 그래서 자신의 이름으로 와인을 만들고 싶어서. 아니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루이 15세의 마음을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족쇄’가 필요했던 것. 루이 15세가 로마네 콩티를 특히 좋아했기 때문에 자신이 포도원을 사들여 직접 바치고 싶었던 목적이었다.

하지만 루이 15세를 방패삼아 막강한 힘을 누리던 콩티 공이 이를 모를까. 파워 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콩티 공이 승자가 됐다. 여왕도 아니고 애인의 신분으로 콩티 공의 권력과 재력 앞에서 이건 처음부터 승부가 뻔한 게임이었다. 게다가 콩티 공은 비밀경찰 총수로 퐁파두 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강 권력을 누리던 콩티 공도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목이 날아갔다. 이후 포도원은 경매로 수차례 소유자가 바뀌었고, 현 소유주는 오베르 드 빌렌이다.

▲ 포도밭에서 일하는 농부들.

로마네 콩티는 분명 다른 와인과 차별화 돼 있다. 원래 포도밭의 특성을 살리고 유지하는 재래식 방법을 고수하고, 음력을 기준으로 밭을 관리하는 비오디나미 농법을 쓰고, 산화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이산화황도 최소화하고, 숙성은 모조리 새 오크통만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는다. 다른 포도원이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요소를 이 곳 생산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로마네 콩티, 이 브랜드가 최고의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글·이길상 와인전문기자
사진제공·신동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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