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브랜디를 넣는다고?

더우먼 입력 2010-09-08 14:25수정 2010-09-0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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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상 기자의 섹시한 와인이 좋다_3탄 [Wine]

▲ 세계적인 포트 와인 ‘다우’

우리가 마시는 와인의 알코올은 보통 12~14도 수준이다. 그런데 입 안에 털어 넣으면 아주 진한 알코올이 올라오는 와인이 있다. 알코올 도수가 18~20도에 달하는 ‘포트’(Port)라는 와인이다.

포트는 포르투갈의 대표 와인이다. 이 와인이 포르투갈에서 유명해진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와인을 끼고 사는 영국인들은 중세 시대 프랑스에서 좋은 와인을 많이 수입했다. 하지만 14세기 프랑스와의 백년전쟁으로 프랑스 와인 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이 때 대안으로 찾은 와인이 포르투갈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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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포르투갈 와인은 배를 타고 영국으로 오는 동안 긴 시간 때문에 상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포르투갈 상인은 와인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브랜디를 첨가해 변질을 막는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알코올 도수와 당도를 높여 와인이 상하는 것을 막자는 것.

와인은 병 속에서 발효가 되는데 알코올이 센 브랜디를 넣으면 효모가 죽는다. 효모는 발효를 진행시키는데 효모가 죽으니 발효도 따라서 중단됐다. 잔류 당은 와인에 달짝지근한 맛을 부여했고, 주정 강화 와인인 포트로 재탄생했다.

▲ 발로 포도를 으깨는 전통적인 포트 생산 방식.

이렇게 만들어진 포트는 1703년 영국과 포르투갈 사이에 ‘메이덴 조약’이란 게 맺어지면서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메이덴 조약에 따르면 포르투갈이 영국의 직물을 수입하면, 영국은 포르투갈의 와인을 수입할 때 프랑스 와인보다 관세를 1/3 적게 물린다는 것. 프랑스 와인보다 관세가 적다는 것은 가격이 그만큼 싸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계기로 포트는 영국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포트라는 이름은 당시 영국으로 갈 와인을 선적하던 포르투갈 제2항구 오포르토(Oporto)에서 비롯됐다. 오포르토는 영어로 하면 항구를 뜻하는 포트. 참고로 포르투갈 제1항구는 리스본이다.

포트는 양모업자와도 연관이 있다. 영국 양모업자들이 오포르토에 양모를 내려놓고 포트를 실어갔기 때문. 4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포트 생산자 ‘테일러스’(Taylor's)의 와인 병을 보면 이런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숫자 ‘4’ 아래 ‘XX'라고 표시된 문양이 있는데 이는 당시 양모를 뜻하는 표시. 포트와 양모의 연관을 확인시켜주는 물증이다.

▲ 포트 생산 지역 도우루. 가파른 경사에서 농부들이 일하고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게 도우루 강이다.

▲ 포트 생산 지역 도우루. 가파른 경사에서 농부들이 일하고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게 도우루 강이다.

포트는 포르투갈 북부 지방 도우루(Douro)에서만 생산된다. 이유가 뭘까.

바로 천혜의 위치다. 이곳은 도우루 강을 따라 가파른 경사의 언덕에 위치해 있는데 일단 마라오(Marao) 산이 대서양의 습한 바람을 막아 아주 건조한 기후를 만든다. 게다가 포도밭은 바위투성이인 비탈길에 있다. 포도나무는 물을 빨아들이기 위해 바위를 뚫고 내려가고, 이 과정에서 좋은 포도가 탄생했다.(나쁜 환경에서 좋은 포도는 만들어지는 법이다)


포트는 달콤함 맛 때문에 식전주나 디저트용으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시가와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와인은 향을 음미하는 음료이기 때문에 담배는 와인의 적이라 할 수 있다. 담배를 많이 피는 사람은 담배 냄새가 입에 배어 있어 와인 본래의 향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트는 다르다. 포트를 한잔 마시고 나서 시가를 입에 물면 포트의 향과 시가의 향이 절묘하게 조화된다. 실제 포트를 즐겨 마시는 사람 가운데는 시가 마니아들이 상당 수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와인 코너에서 포트를 고를 때 라벨을 보면 헷갈리는 문구가 등장한다. 루비 포트(Ruby Port), 토니 포트(Tawny Port), 빈티지 포트(Vintage Port),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포트(Late Bottled Vintage Port) 등이 그 것. 큰 글씨로 적힌 건 브랜드인줄 알겠는데 얘는 도대체 뭐람.

우선 루비 포트와 토니 포트를 먼저 구분해보자. 루비는 레드 품종으로만 만든 포트이고, 토니는 화이트 품종을 섞어 만든 거다. 둘은 색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루비 컬러로 색깔이 짙은 게 루비 포트, 황갈색을 띄는 걸 토니 포트로 보면 된다.

▲ 오크 숙성과 병 숙성.

빈티지 포트와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포트는 병입 후 마로 마실 수 있는 와인이냐 여부로 구분하면 된다. 빈티지 포트는 오크통에서 2년 간 발효한 후 병에서 10년 이상 숙성시키는 와인으로 병입 후 마시려면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시장에 내놓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가격은 비싸진다.

반면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포트는 오크통에서 4~6년 정도 숙성한 후 병입 해 별도의 병 숙성 없이 마실 수 있다. 당연히 가격은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포트가 빈티지 포트보다 싸다.

포트는 어떤 포도로 만들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베르네 소비뇽이니 메를로니 하는 품종이 사용되지는 않는다. 대신 포르투갈 토착 품종을 이용한다. 토우리가 나시오날, 틴타 호라스, 틴타 바호카(이상 레드 품종), 비오지뉴, 말바지아 피나, 고우베이우(이상 화이트 품종) 등이 그 것.

▲ 달콤한 케이크 등 디저트와 함께 마시면 아주 맛있는 포트.

이쯤 되면 입에 군침이 돌고 포트가 마시고 싶어질지 모른다. 그럼 수많은 포트 생산자 중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까. 아무래도 유명 생산자의 와인을 고르는 게 ‘실패’의 확률이 적지 않을까.

유명 생산자를 살펴보면 우선 다우 포트(Dow Port)가 있다. 다우 포트는 세계 프리미엄 포트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시밍튼 패밀리(Symington Family)가 만드는 브랜드로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밸런스도 좋지만 피니시가 스위트하기보다는 드라이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시밍튼 패밀리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 명문가 모임인 ‘PFV’(프리미엄 파미에 비니)의 멤버다. PFV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샤토 무통 로칠드’, ‘휘겔 에 피스’ 등이 속해 있는 그럼 모임이다.

시밍튼 패밀리가 내놓는 포트 중 ‘그라함 포트'(Graham Port)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그라함 형제가 1820년 만들었고, 1882년 시밍튼 패밀리가 인수했다.

테일러도 눈여겨 볼 생산자다. 400년 넘게 포트를 만들고 있는 생산자로 국제 경매 시장에서 일반 포트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될 정도로 고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퀸타 두 크라스토’(Quinta Do Crasto)도 있다. 17세기 초부터 포트를 만든 역사를 갖고 있으며 와인스펙테이터에서 97점을 받은 전력이 있다. 참고로 크라스토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중세 로마의 요새를 뜻한다.

▲ 테일러스 토니 포트 라벨 위에 보이는 ‘4XX'는 양모를 뜻한다.(왼) 와인스펙테이터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퀸타 두 크라스토’(Quinta Do Crasto).(오)

글·이길상 와인전문기자
사진제공·나라식품, 신동와인, LG상사 트윈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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