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신 PD의 반상일기]5년 뒤 中에 맞설 제2의 이세돌 나오게 하려면

동아일보 입력 2010-09-08 03:00수정 2011-01-1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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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중견 기사가 당대 1인자를 상대로 타이틀을 획득한다면? 그 주인공이 바둑의 꿈을 위해 의사의 길을 접고 28세에 늦깎이 입단해 인생 항로를 바꿨다면? 최근 사카이 히데유키 7단(37)이 제35기 일본 고세이(碁聖)전에서 대회 5연패를 노리던 랭킹 1위 장쉬 9단(30)을 3 대 2로 꺾고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했다.

중국에서 이런 이변은 통하지 않는다. 중년을 넘기면 승부현장에서 버티기 힘들고 현재 초일류 기사들도 어린 후배들 틈새에서 수모를 당하기 일쑤다. 2일 제12회 농심배 중국대표 선발전에서 구리, 창하오 9단, 후야오위 8단, 천야오예 9단 등이 신예들의 기세에 밀려 모두 탈락했다. 퉈자시 3단, 저우루이양 5단, 왕시 9단이 예선을 통과해 시드 출전자 쿵제 9단, 셰허 7단과 함께 역대 최연소 팀을 구성했다.

일본 한 중년 기사의 영웅담은 멋이 넘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만큼 일본바둑의 젊은층이 엷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0대, 20대 기사들의 실력이 선배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반면 중국은 선수층이 두꺼운 데다 다음 세대의 성장과 도전이 거세다. 경쟁이 치열하고 세대교체가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 성장성이 최고다.

한국은 어떨까. 후배들이 선배들을 따라잡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중국 쪽에 가깝다. 그래서 앞으로의 세계바둑 판도는 한중일 삼국지가 아닌 한중 양강 대결로 압축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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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물가정보배 결승 1국이 끝난 뒤 승자인 이세돌 9단에게 앞으로의 한중 대결 판도에 대한 이 9단의 전망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 9단은 “향후 5년간 양국 경쟁 구도는 깨지기 힘들 것”이라며 “지금은 5 대 5지만 앞으로는 차세대 주자가 어디서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지금의 균형은 새로운 바둑을 구사하는 새로운 세대들이 언젠가는 깰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한중 바둑계의 큰 승부는 다음 세대로의 교체를 얼마나 잘 이루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세대교체는 연속이자 단절이다. 이창호가 조훈현에 대해, 이세돌이 이창호에 대해 그랬다. 이세돌 9단이 예견한 차세대 주자는 지금 어디에서 웅크리고 있을까. 왕성한 중국의 성장 앞에 한국바둑의 5년 뒤, 10년 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입단 제도를 정비해 미래의 기사들을 키우기 위한 과감한 포석이 긴요한 때다. 그래야 제2, 제3의 이창호 이세돌이 나올 수 있다.

이세신 바둑TV 편성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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