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이미지…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까

동아일보 입력 2010-09-07 03:00수정 2010-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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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일 대장정 돌입한 광주비엔날레 감상 포인트
‘만인보’를 테마로 열리는 2010 광주비엔날레는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면서 인간 욕망을 투사한 이미지의 생성과 소멸을 짚어보는 전시다. 예술작품뿐 아니라 기록과 문화적 유물을 전시에 포함한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 ‘테디베어 프로젝트’ 전시장에는 테디베어와 함께 찍은 사람들의 사진과 인형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5·18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해 지원자들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사냐 이베코비치의 작품. 광주=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일반적 비엔날레와 친숙한 관객이라면 2010 제8회 광주비엔날레는 조금 낯설 수 있다. 현란하고 자극적인 ‘비엔날레용’ 작품에 치중하기보다 형상과 아이콘, 얼굴과 인형 등을 모은 ‘이미지에 대한 거대한 임시 박물관’처럼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로 전시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출신 마시밀리아노 조니 예술총감독(37)은 고은의 연작시에서 차용한 ‘만인보(10000 LIVES)’란 주제에 걸맞게 인간의 대용품인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사람과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탐구작업을 매끄럽게 펼쳐내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제8회 광주비엔날레가 3일∼11월 7일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민속박물관 등에서 66일간 대장정에 들어갔다.》
31개국 작가 134명이 참여한 전시의 중심엔 사진과 영상이 자리한다. 밋밋하다는 일부의 시각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한 주제를 진지하게 파고든 수준 높은 전시란 평가다. 조니 총감독은 “1901년부터 최근까지 역사와 세대를 넘나드는 9000개 이상의 작품으로 구성된 내 버전의 ‘만인보’ 같은 전시”라고 요약했다.

이미지에 대한 탐닉,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이를 대신할 형상을 만들어 위안받으려 했던 인간의 욕망을 조명한 광주비엔날레. 브루스 나우먼, 칼 앤드리, 제프 쿤스, 신디 셔먼, 마우리치오 카텔란, 이승택, 양혜규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과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4시간 30분짜리 영화를 만날 기회다. 작품과 더불어 이미지의 다양한 존재를 입증하는 문화적 유물도 전시에 포함한 점이 주목된다. www.gb.or.kr

○ 우리 시대의 초상

기록과 유물, 예술작품의 모호한 경계를 탐색하는 광주비엔날레는 과거 현재 미래의 여러 이미지가 혼재된 상태로 역사의 초상을 조망한다. 캄보디아 투올슬렝 교도소의 수감자를 기록한 초상사진은 크메르루주 학살 희생자들의 기억을 오늘에 되살리며 울림을 남긴다. 1965년 중국 쓰촨 성 정부가 계급투쟁의 필요성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실제 인물 크기의 조각 ‘렌트 컬렉션 코트야드’는 이미지의 교육과 설득적 기능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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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이슈를 다룬 작품 중 한스페터 펠트만의 설치작품 ‘9월 12일 신문 1면’이 눈길을 끈다. 9·11테러 다음 날 각국 신문 1면으로 구성된 작품은 특정 이미지가 기념비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크로아티아의 사냐 이베코비치는 ‘바리케이드 위에서’란 퍼포먼스 작품으로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살아있는 기념비를 재구성한다.

‘수집’은 전시를 풀어간 키워드 중 하나다. 수집가이자 큐레이터인 이데사 헨델레스의 ‘테디 베어 프로젝트’는 1900∼1940년 촬영한 3000장이 넘는 사진 컬렉션을 선보인다. 곰인형과 함께한 사람들 사진들로 가득 찬 공간은 도서관 같은 이미지를 풍기며 생명 없는 대상에 투사된 인간의 감정을 엿보게 한다. 중국인 수집가 퉁빙쉐는 1901년부터 62년간 해마다 자신의 초상사진을 찍었던 한 중국인의 사진을 선보였다.

○ 우리 시대 만인의 삶

‘삶은 연속되는 사진영상’(수전 손태그)이란 표현처럼 전시에는 삶을 기록한 이미지로 넘쳐난다. 1년간 매 시간 자기 얼굴을 찍어 기록한 중국 작가 셰더칭의 작품은 자신의 이미지로 기록한 시간의 초상화다. 피슐리와 바이스의 ‘가시적인 세계’는 20년간 여행에서 얻은 이미지를 사진 3000장으로 추려낸 작품이고 프랑코 바카리의 ‘이 벽에 당신의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시오’는 관객이 즉석 사진을 촬영해 벽을 채워가는 작품이다.

이미지가 주는 재미와 감동은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우원광의 ‘중국 마을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선 시골 사람들이 감독이 되어 일상을 촬영한 영화를 볼 수 있다. 마카오 출신 앨리스 콕은 티베트와 인도에서 사는 이산가족을 영상으로 상봉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이를 우리 곁으로 데려오는 이미지의 역할을 다룬 작품.

전시장을 채운 방대한 이미지가 날마다 수억 개씩 태어나고 버려지는, 이미지 과잉의 시대를 일깨우는 광주비엔날레. 지금은 사라진, 궁극적으로 이 땅을 떠나갈 만인의 초상앨범을 통해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되짚는 전시다.

광주=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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