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셰익스피어 원작 국내 초연… 일부 연기력 미흡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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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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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테네의 타이먼’
무대 ★★★☆ 연출 ★★★ 연기 ★★☆

자비로운 박애주의자에서 철저한 염세주의자로 변한 타이먼(홍서준·오른쪽)과 그의 친구이면서 타고난 염세주의자인 애페맨터스(장문규)가 맹렬한 독설 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유라시아 셰익스피어극단
자비로운 박애주의자에서 철저한 염세주의자로 변한 타이먼(홍서준·오른쪽)과 그의 친구이면서 타고난 염세주의자인 애페맨터스(장문규)가 맹렬한 독설 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유라시아 셰익스피어극단
셰익스피어의 희곡 39편 중에서 매우 암울한 인간관을 드러낸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 ‘아테네의 타이먼’이다. 이 작품이 자주 공연되지 못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 지독한 반(反)인간주의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역사극으로 분류되지만 우화적 성격을 갖춘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가 배경이다. 주인공은 아테네 최고의 부자 타이먼(홍서준)이다. 선의를 베풀면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 타이먼은 아테네 사람들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아낌없이 베풀다가 재산을 탕진한다. 하지만 그의 도움을 받았던 이 중 누구도 도우려 하지 않는다.

절망한 타이먼은 인류 전체에 저주를 퍼붓고 숲 속 동굴에서 생활하다 우연히 금광을 발견하고 다시 부자가 된다. 하지만 세상에 나가길 거부하는 타이먼은 아테네에 반감을 품고 추방된 장군 엘시바이어디스(허대욱)에게 군자금을 제공해 전쟁을 일으킨다. 급해진 아테네 시민들이 타이먼을 찾아와 애걸복걸하지만 “내가 베려는 나무가 쓰러지기 전에 달려와 목을 매고 죽는 것이 좋을 것”이란 독설만 듣는다.

이 작품은 딸들의 아첨에 속아 모든 것을 뺏기고 광야에서 방황하는 ‘리어왕’과 닮은 구조 때문에 ‘리어왕의 사산된 쌍둥이’로 불린다. 하지만 ‘리어왕’의 권력의 자리에 돈을 놓고 이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돈에 눈먼 인간을 향해 쏟아놓는 타이먼의 섬뜩한 독설은 배금주의에 물든 현대인의 폐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2002년부터 셰익스피어 희곡 39편 전작 공연에 도전 중인 유라시아 셰익스피어극단(대표 남육현)에 의해 국내 초연되는 작품이다. 아마추어급을 벗어나지 못한 일부 배우의 연기가 거슬리지만 해외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공연을 원작 그대로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영문학도와 연극학도에게 일견(一見)을 권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i: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1만5000∼2만 원), 25∼31일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2만∼3만 원). 02-3272-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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