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위장된 현실, 날것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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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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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 북한 사진전

사진작가 백승우 씨의 ’블로 업’ 시리즈. 북한의 통제와 검열을 거치고 남아있는 사진 중 일부분을 확대해 북한이 숨기고 싶어하는 모습을 드러낸 작업이다. 사진 제공 일우스페이스
사진작가 백승우 씨의 ’블로 업’ 시리즈. 북한의 통제와 검열을 거치고 남아있는 사진 중 일부분을 확대해 북한이 숨기고 싶어하는 모습을 드러낸 작업이다. 사진 제공 일우스페이스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조깅하는 것이 임무인 듯한 여자, 깡마르고 피곤한 얼굴로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군인, 영어를 금지한 사회에서 영문 상표가 선명히 노출된 키보드.

사진가 백승우 씨(38)의 작품은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북한이 치밀하게 은폐, 위장한 현실의 조각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가 2001년 한 달가량 평양을 방문해 찍은 사진에서 ‘발굴’한 이미지들이다. 촬영통제와 검열을 거쳐 살아남은 필름에는 누구든 찍을 수 있는 개성 없는 사진만 남는다. 한동안 버려둔 필름이 우연한 계기로 ‘보물창고’로 탈바꿈한다. 화면 어딘가 숨은 이미지를 꼼꼼히 찾아낸 작가는 이를 분리 확대해 ‘블로 업(Blow up)’이란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한 것.

“사진의 속성상 작가가 개입하지 못한 지점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평양은 영화 ‘트루먼 쇼’ 세트처럼 보여주기 위한 도시였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실제 현실의 파편을 모아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내고자 했다.”

7월 7일까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대한항공빌딩 1층 일우스페이스(02-753-6502)에서 열리는 백승우 사진전은 북한을 소재로 ‘관계’와 ‘소통’이란 작가의 관심을 풀어낸 힘 있는 전시다. ‘블로 업’ 연작과 더불어 지상낙원을 자처하는 북한이 해외에서 판매하는 사진과 인쇄물을 변형, 왜곡한 ‘유토피아’ 시리즈를 볼 수 있다. ‘블로 업’이 위장된 현실을 파헤친다면 ‘유토피아’는 선전 효과를 노려 일정 부분 연출한 사진을 작가의 손으로 더욱 과장된 이미지로 변형한다. 사진평론가 신수진 씨는 “백승우가 작품을 통해 폭로하고자 하는 것은 숨겨진 어떤 것이 아니라 ‘조작’과 ‘은폐’ 그 자체”라고 설명한다.

제1회 일우사진상 수상기념전. 작가는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면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선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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