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짓는 건축가와의 대화

  • Array
  • 입력 2010년 6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 나는 건축가다/한노 라우테르베르크 지음·김현우 옮김/276쪽·1만2500원·현암사

“건축물로만 이야기하겠다”는 건축가가 간혹 있다. 그런 이가 내놓은 건축물. 사람들과 잘 ‘이야기’하고 있을까. 회의적이다. 건축가는 여러 세대에 걸쳐 수많은 사람의 생활을 재단할 공간을 만든다. “공간으로만 말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특권의식이다. 당대 최고라 할 건축가 20명과의 인터뷰를 묶은 이 책은 건축과 세상이 끊임없이 대화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건축의 가치가 뭐냐”는 단도직입적 질문에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한다.

“건축가는 행복을 규정할 수 없다. 하지만 건축은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 행복해지라고 명령해서가 아니다. 자유롭게 열린 공간으로 삶의 여러 제약을 극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호한 이야기”라고 답한다. 이 답변의 가치는 발언 자체에 있다. 건축가는 구체적 공간을 통해 모호한 가치를 추구한다. 책 속에 담긴 답변은 그 가치에 대해 세상에 내건 저마다의 약속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