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안무가 사바 씨 “내 춤이 차별 일깨우는 역할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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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2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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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만 사라지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 고향엔 많아요.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일 뿐이죠. 예를 들면 여성들에 대한 차별도 여전하거든요. 제 춤 작업이, 어딘가에 안주하려 하는 이들을 일으켜 깨우는 역할을 하기 바랍니다."

월드컵 개최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이 곳 출신의 흑인 여성 안무가 넬리시웨 사바 씨(40)가 한국을 찾았다. 1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플래스티사이제이션'을 무대에 올리는 그를 30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났다.

사바 씨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 사회적, 정치적 주제를 담은 작품을 발표해왔다. '플래스티사이제이션'도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과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살아가는 남아공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 작품 속에서 저는 네 켤레의 신발을 신어요. 하이힐과 토슈즈, 고무부츠, 그리고 운동화죠. 이는 흑인과 백인, 유럽과 아프리카, 전통과 현대 등 상이한 문화를 상징합니다."

그가 태어나 자란 요하네스버그 시 소웨토는 흑인 거주지역으로 1976년 600여 명이 사망한 '소웨토 반란'이 일어나는 등 인종차별 반대운동이 격렬했던 곳이다. "어린 시절 시위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죽고 다쳤고, 학교가 1년 가까이 쉴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의 경험은 내게 계속해서 싸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의지를 주었다"고 사바 씨는 말했다.

그는 "남아공에서 성공적인 안무가나 연출가는 대부분 남자이므로 이 분야에서 여성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여성은 가사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영국이나 프랑스도 (이런) 상황이 비슷하다는 점이 신기하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그는 "줄루 댄스(남아공의 대표적인 전통춤)는 추지 않는다"며 웃었다. "제 자신을 '흑인 여성' 안무가로 소개하고 싶지 않아요. 전 그저 요하네스버그 출신 현대 무용 안무가일 뿐이거든요. 한국 관객들이 직접 제 작품을 보고, 그 속에서 저를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2만원. 02-765-5351,2. www.modafe.org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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