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3D시장에 불을 댕긴 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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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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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 영상-스토리 탄탄

2010년 세계 영화 시장의 화두는 3차원(3D) 입체 영상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가 개척한 신천지의 화수분을 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이탄’ 등의 후발 주자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물음표. 태생(촬영)부터 3D였던 ‘아바타’와 후반작업을 통해 3D로 전환된 후속 작품에 대한 관객의 호응도 차는 컸다. “어설픈 3D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모처럼 활성화된 시장이 식어버리는 듯했다.

20일 개봉하는 ‘드래곤 길들이기’(사진·전체 관람가)는 3D 영화 관련 업체들의 시름을 덜어줄 시기적절한 모범답안이다. 1년 전 드림웍스의 첫 3D 애니메이션 ‘몬스터 vs 에이리언’이 공개됐을 때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카첸버그 씨는 “3D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흥행에 실패했고 카첸버그 씨는 굴욕을 겪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1년 만의 심기일전 카드인 셈이다.

품질의 차이가 빚어낸 성과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이야기의 허술함을 3D 시각효과로 메우려 하지 않는다. ‘타이탄’처럼 부실한 3D 효과가 이야기의 긴장감을 툭툭 끊는 일도 없다.

나약한 바이킹 소년 ‘히컵’이 불을 뿜는 용 ‘나이트 퓨어리’와 우정을 맺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히컵과 아버지의 가치관 차이가 빚어내는 갈등, 인간과 용의 전쟁 뒤에 숨겨진 오해에 얽힌 사연이 가볍지 않은 화법으로 전개된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취학 전 어린이보다는 슬슬 반항하기 시작한 사춘기 초입의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보기 좋은 내용이다.

3D 효과를 느끼기 위해 안경을 뒤집어쓰고 있어야 하는 불편을 잊게 만들 정도로 영상의 양감과 원근감 처리가 매끄럽다. 놀이공원 소극장에서 보여주는 ‘깜짝 영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용들이 토해내는 불꽃의 양감, 하늘을 누비는 주인공들의 입체 궤적에는 관객을 놀라게 만들려는 의도가 없다. 모든 시각효과는 혼자 튀는 일 없이 이야기와 캐릭터의 설득력을 높이는 데 묵묵히 집중한다. 입체로 보이는 영화 주인공이 평면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다. ★★★☆▶dongA.com에 동영상

손택균 기자sohn@donga.com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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