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번 연주도 휘몰아칠 겁니다, 열정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6일 03시 00분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씨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6일 내한공연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씨는“장기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살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가장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치밀하게 계획해서 만드는 음반에서도 ‘자유로움’의 색채를 짙게 풍기는 그다운 말이었다. 사진 제공 크레디아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씨는“장기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살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가장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치밀하게 계획해서 만드는 음반에서도 ‘자유로움’의 색채를 짙게 풍기는 그다운 말이었다. 사진 제공 크레디아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씨는 연주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늘 ‘청춘의 아우라’를 내비친다. 그가 연주하는 생상스의 협주곡이나 프랑크의 소나타는 피날레에서 속도를 끌어당기며 “나는 젊고 행복하다. 더 좋은 시간들이 남아있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그런 그가 올해 불혹(不惑)이라는 40세를 맞았다. 1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영국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김 씨에게 이번 협연에 갖는 기대를 물어보았다. 3월 서울 세종로 카페에서 한 차례 만난 뒤 3일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자택에 있는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오랜만입니다. 미국 동부가 활동 무대가 아닌가요.

“2년 전 댈러스의 서던메소디스트대 교수로 임용됐어요. 그래도 뉴욕에 아파트가 있고 친구들도 대부분 거기 있어요. 악기를 점검하러도 자주 가죠.”

그가 맡은 학생은 15명. 이 중 8명이 한국인이다. 그는 “일부러 고른 게 아니라 워낙 재주 있는 한국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제가 줄리아드음악원에서 도로시 딜레이 선생님께 배울 때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크게 다가왔던지 생각하면… 한 가지도 가볍게 얘기할 수 없어요.”

그는 댈러스에서 교직을 얻기 직전 이혼했지만 그에 대해 꺼리는 기색은 없었다. “결혼 생활 동안 예술가에게 가장 필요한 게 ‘자유’란 점을 느꼈어요. 지금 생활은 만족스러워요. 바꿀 생각? 안 해봤는데요.(웃음)”

―이번 BBC 협연 무대에서는 수석지휘자 이르지 벨로흘라베크와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을 협연합니다. 이 지휘자와 호흡을 맞춰본 적 있나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협연한 일이 있어요. 독주자를 세심히 배려하는 ‘친절한 이르지 씨’죠.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콘서트에 왔는데, 그때 셋이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어요.” 김 씨의 웹사이트는 1990년대에 ‘연주가 홈페이지의 모범’으로 꼽혔다.

―따뜻한 라틴계 음악을 잘 소화한다는 인상이 있는데, 핀란드인인 시벨리우스의 협주곡도 잘 맞는지….

“분위기 딱 잡고 휘몰아치는 음악은 다 좋아요. 시벨리우스의 협주곡도 한껏 기분을 풀어내기 딱 좋은, 열정 넘치는 곡이죠.”

그는 ‘열정’ 얘기를 하다 보니 자랑할 게 있다고 했다. “미국 케이블 HBO에 ‘커브 유어 인수지애즘(Curb your enthusiasm)’이라는 시트콤이 있어요. ‘열정을 자제하라’는 뜻이죠. 여기 지난해 10월 카메오로 출연했어요.” 주인공들이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을 우연히 만난 뒤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뤘다. 요즘도 미국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 시트콤 얘기를 한다고 했다.

10월에는 새 음반도 낸다. 브라질 현대 음악과 민속 음악을 기타 두 대의 반주로 연주한다. 그는 “내 음색하고 잘 맞으면서 누구나 친근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넣었다”고 말했다.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6일 공연에서 시벨리우스 협주곡 외 브람스 교향곡 4번 등을 연주한다. 5만∼20만 원. 15일 오후 7시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야외무대에서 스메타나 오페라 ‘팔려간 신부’ 발췌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지용 씨가 협연한다. 1만∼8만 원. 1588-0360, 1577-5266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