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상황 긴급 보고’ 美대사관 기밀문서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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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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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무대 면담 거부되자 시위 격화-경찰 발포”

성신여대 홍석률 교수가 18일 공개한 4·19혁명 관련 주한 미국대사관의 비밀 문건.
성신여대 홍석률 교수가 18일 공개한 4·19혁명 관련 주한 미국대사관의 비밀 문건.
4·19혁명 당시 시위 학생들이 경무대(현 청와대)에 면담을 요구했으나 거절된 뒤 경무대를 향해 밀려들면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가 시작됐다는 내용 등이 담긴 주한 미국대사관 기밀문서가 발견됐다. 이 문서에는 이용운 해군 참모총장이 송요찬 계엄사령관의 쿠데타를 우려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성신여대 사학과 홍석률 교수가 미국 국립문서관(National Archive)에서 확보해 최근 번역한 A4 용지 2장 분량의 이 문서는 4·19혁명 다음 날인 1960년 4월 20일 오후 이 참모총장과 미국 해군 무관의 면담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참모총장은 해군 무관에게 “(시위) 학생들이 경무대 부근에 도착한 뒤 이들 중 4명이 경찰에게 다가와 내무부 장관, 대법원장과 면담할 것을 요청했고 (경찰) 캡틴이 이를 내무부 장관에게 보고했지만 장관이 거절했다. 거절 의사가 전달되자 군중이 앞으로 밀려들었고 경찰이 발포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 다른 문서에는 학생들이 이승만 대통령과의 면담을 원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이 참모총장은 19일 낮 경무대로 가 김정렬 당시 국방부 장관 등 내각 요인들의 계엄령 선포 논의를 지켜봤다. 이 참모총장은 미 해군 무관에게 “송요찬 장군은 시민들과 가깝고, 민주당에 동정적이기 때문에 (계엄군인) 15사단이 도착하면 송 장군이 이승만 대통령을 제거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월터 매카너기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이 참모총장과의 면담 당일인 4월 20일 오후 10시 미 국무부로 이 문서를 긴급 타전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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